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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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급등락 롤러코스터… 김치코인 ‘시세조종 놀이터’ [심층기획-가상자산, 조작된 고수익의 유혹]

법망 미비 틈타 각종 불공정거래 활개

국내 코스닥 상장사 P사가 발행한 P코인은 시세조작, 허위 유통량, 다단계 등 모든 금융사기를 망라했다. P코인이 2020년 11월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하고 불과 1주일 만에 벌어진 일들이다. 30원에 상장한 P코인은 5일 만에 5000원으로 올랐고, 투자자들의 돈을 빨아들인 뒤 1주일 만에 500원대로 급락했다.

21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P코인의 시세조작 문건에는 마켓메이킹(MM·시세조종) 업체 알파팀(가명)이 6일간 5개 지갑을 통해 진행한 4959건의 매수·매도 기록이 담겼다. P코인 발행사로부터 코인 물량과 자금을 전달받은 알파팀은 5개 지갑을 포함한 17개 지갑으로 통정매매(매수자와 매도자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행위)를 통해 시세를 조작했다. 대상이 가상자산이라는 점만 빼면 라덕연 일당이 주도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과 다름없었다.

P코인은 다단계 업체의 투자에도 악용됐다. 발행사는 다단계 업체에 P코인을 대량으로 넘겼고 다단계 투자자들에게 전달됐다. 그 사이 P코인의 가격은 폭락했다. 해당 다단계 피해 투자자들만 500여명, 피해 액수는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상당수 김치코인(국내업체가 발행한 가상자산)에서 P코인 같은 사기행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시장법의 범주에 묶이지 않는 가상자산을 활용해 각종 불공정 거래가 팽배했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 단독 상장한 김치코인 27종의 상장 한 달간 최저가 대비 최고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1만720%에 달했다. 이들 코인 가격은 최고가 대비 현재 89% 하락한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MM 업체 관계자는 “시세조작이 이뤄진 가상자산이 너무 많아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며 “총괄들은 슈퍼카를 수십대 인증하고 펜트하우스를 아지트로 삼을 만큼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면서 법망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안승진·이희진·조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