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감기·독감 바이러스 기세가 4월이면 꺾이는데, 올해는 바이러스가 미쳐 날뛴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감기·독감 환자 증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치원·초등학교 학부모들도 모일 때마다 “올해 감기 유난하다”고 난리다.
실제 올해 감기·독감은 예년에 비해 어떤 수준일까. 질병관리청의 표본감시 결과 올해 19주 차(5월7∼13일) 인플루엔자 의사(의심)환자 분율은 외래 1000명당 23.4명을 기록했다. 전주(23.7명)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최근 8년간 통계를 비교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2019년은 16주 차에 44.2명으로 독감·감기가 크게 유행한 시기지만 17∼19주에 환자수가 뚝뚝 떨어졌다. 반면 올해는 지난겨울 이후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1000명당 4.9명)의 2배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바이러스별로는 리노바이러스(HRV),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HPIV),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FV), 아데노바이러스(HAdV) 순으로 많이 검출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서 3년간 이런 바이러스를 경험하지 못한 유소아가 ‘3년치’를 한꺼번에 몰아서 감염됐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는 치료약이 있고 날씨가 더워지면 유행이 꺾이는 만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기간 잠잠했던 또 다른 바이러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바로 수족구병. 초여름부터 유행하는 수족구는 발열이나 무력감, 식욕 감소, 위장관증상(설사·구토) 외에도 입안·손·발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수포성 발진으로 인한 가려움과 음식 섭취 어려움 때문에 부모들 사이에선 수두나 아토피와 함께 ‘난이도 상’의 질병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질병관리청의 수족구병 표본감시 결과 19주 차 0∼6세의 수족구병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 1000명당 13.8명으로 한 달 전인 15주 차(4.0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7∼18세 환자의 경우는 0.5명에서 2.2명으로 늘었다. 수족구병의 원인 바이러스는 콕사키 바이러스 A16, 엔테로 바이러스 71 등이 있다. 수족구병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침·가래·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과 수포 진물에 존재하며 이를 통해 전파된다.
대부분은 증상 발생 후 7~10일이 지나면 자연 회복한다. 그러나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해 생긴 수족구병은 드물게 수막염이나 뇌염, 심근염, 마비증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천 교수는 “수족구병은 증상이 있는 영유아는 어린이집에 등원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영양공급을 통해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