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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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신속, 단합, 강력 대응” 경고… 중·러 반발 속 북한은 ‘무시전략’

서방 주요 7개국(G7)이 북한을 향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할 경우 “신속한, 단합된, 강력한(swift, united, robust) 국제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무반응’인 가운데, ‘무시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G7정상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중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을 향해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삼가라“고 촉구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현실화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경고다.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같은 기술이 사용돼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 결의 상 금지돼 있다.

 

G7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정상회의 마지막날인 21일 만나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UPI

◆“북한 무모한 행동하면 중대한 제재” 경고

 

성명은 특히 ‘빠르고 단합된 강력한 대응’관련 “유엔 안보리 차원의 중대한(significant) 추가 조치가 반드시(must) 포함될 것”이라고도 했다. 추가 대북제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한 어조로 밝힌 것이다.

 

성명은 또 “북한의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그 외 유엔 안보리의 관련 결의에 따라 금지된 그 어떤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게 포기(CVIA·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abandonment)해야 한다는 목표에 대해 변함없는 의지를 거듭 밝힌다”고도 했다.

 

CVIA만 언급한 것이 아니라, CVIA의 대상을 일일이 나열해 ‘CVIA 플러스 알파’를 서술한 것이 눈에 띈다.

 

CVIA는 G7의 대북도발 규탄 성명에서 기존에도 자주 등장한 바 있다. 북한이 자국을 일방적으로 굴복시키려는 시도로 여기며 극렬 반발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와 달리, 수위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해석될 여지도 있으나 이번 성명은 CVIA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요구를 더 분명하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 히로시마에서 21일 이동하고 있다. 히로시마=연합뉴스

 

한 전문가는 “CVIA는 (CVID보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하고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게 만들자는 의미가 있지만, CVIA의 대상을 상세하고 길게 나열한 대목에선 북한에 대한 더 공격적이고 포괄적 압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일본과 미국, 한국을 포함한 대화 제안을 수용하라”고도 촉구했다. 일반적으로 언급돼 온 대화 촉구를 넘어, 대화 제안의 주체로 한·미·일 세 국가를 적시한 것이 이례적이다.

 

정부소식통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년간 숨가쁜 외교전을 통해 알려온 ‘담대한 구상’이 그만큼 국제사회에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인도·태평양 현안에서 한·미·일을 묶어내려는 미국 의도가 꾸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일이 대북 압박 뿐 아니라 대화도 함께 제안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국의 주체적 결정이 제약될 여지도 있다는 우려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히로시마에 모인 한·미·일 정상도 별도로 만나 북한을 압박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조셉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국 간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정상들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같은 3자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3자 공조 강화, 경제안보,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관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러에 밀착하며 버티는 북한

 

20일 G7 공동성명 발표, 21일 한·미·일 정상의 회동이 이어진 가운데, 북한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20, 21일 농업문제 등 내부 민생 현안과 일상적 사상 무장 선전만 내놓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국제정세를 관망, 숨고르기 국면을 이어가며 당국 차원에서는 대남, 대미 무시전략 지속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개발 비난을 의식하지 않고 계획대로 군사정찰위성 발사 사업도 진행해 나갈 것으로 봤다. 성공적 위성 발사를 위한 기술적 준비, 농업생산량 극대화 등에 주력하다가 7·27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등 계기에 위성 발사 성공을 기념하며 체제결속을 극대화할 거란 분석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G7이 발표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중대한 추가 조치” 압박도 공허하다는 시각이 많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결의는 중국, 러시아의 반발로 번번이 막히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강화될수록 중·러의 협조는 더 요원해지고 있다.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 중·러를 견제하는 내용이 압도적 분량을 차지하는 G7 공동성명에 중·러는 즉각 강한 반발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에 먹칠했다”며 “강렬한 불만”을 표했고, 러시아 외교부는 “선전포고”라며 “확고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중·러에 밀착하며 시간을 벌기 수월해졌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중국과의 교역 재개, 관광객 유치를 시도하는 등 북·중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 교수는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증가하면서 북한이 그럭저럭 버티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