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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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아닌 ‘일본해’로 수십년 방치됐나…“해외 6·25 기념물 13곳,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

미국·남아공 13개 참전 기념 시설물에 동해 아닌 ‘일본해’ 단독 표기
1989년 미국 아이오와주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비(왼쪽 사진 빨간 네모)와 2003년 설치된 레이크카운티 참전비(오른쪽 사진 빨간 동그라미) 등 사진에서 ‘East Sea(동해)’가 아닌 ‘Sea of Japan(일본해)’로 새겨진 점이 뚜렷이 눈에 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한국전쟁 참전 국가의 6·25 참전 기념 시설물 중 일부가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된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건립 시기로 미뤄 수십년간이나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새겨진 채 방치되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보훈처가 과거 재외공관에 오류 수정 협조 공문을 발송하기는 했으나, 수년 전이 마지막 공문 발송이었던 점을 들어 보훈처가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보훈처의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의 지난 2월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라 보훈처는 기존의 ‘1실 9국 24과’에서 그 규모를 확대해 ‘2실 10국 29과’ 체제를 갖춰 오는 6월 보훈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22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훈처에서 받은 ‘국외 한국전 참전 기념 시설물 현황’ 자료를 보면 이달 기준으로 미국과 영국·터키 등 총 23개 국가에 세워진 한국전쟁 참전 기념 시설물은 총 384개다.

 

미국이 총 295개로 가장 많고 이어 캐나다가 22개, 벨기에 12개 등 순이다.

 

문제는 이 중 기념시설물 13개가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단독 표기됐다는 사실이다.

 

전체의 약 5%로 비율은 높지 않지만, 오래된 시설물은 1990년에 세워진 것도 있어 30년 넘게 일본해로 새겨진 채 방치되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는 1990년 미국 메릴랜드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비에서 2006년 카유가 카운티에 설치된 참전비까지 미국의 총 12개 시설물이 일본해 단독 표기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 공군협회 박물관에 1978년 세워진 기념 시설물 1개도 일본해만 새겨졌다.

 

강 의원실이 공개한 1989년 아이오와주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비와 2003년 설치된 레이크카운티 참전비 등 사진에서 ‘East Sea(동해)’가 아닌 ‘Sea of Japan(일본해)’로 새겨진 점이 뚜렷이 눈에 띈다.

 

강 의원은 “국가보훈처는 2011년과 2013년에 미국의 한국전 참전 기념 시설물 2개 일본해 표기 보도 후, 재외공관에 오류 수정 협조 공문을 5회 발송했다”면서, 2014년 국회 지적에 또다시 공문을 보냈지만 2015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보훈처가 국외 한국전 참전 기념 시설물 중 일본해가 버젓이 표기된 시설물이 13개나 있음을 인지하고도 8년째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승격되는 국가보훈부에서는 외교부 및 재외공관과 한국전 참전 기념 시설물 실태파악을 정례화하고, 일본해 표기 등 오류 발견 및 수정을 위한 별도의 ‘국외 한국전 참전 기념 시설물 실태 파악 및 개선사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