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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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환경단체, 로마 명소에도 ‘먹물시위’..."30만ℓ 물 버려야"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가 로마 트레비 분수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로마=연합뉴스

 

이탈리아 환경단체가 로마의 관광명소 트레비 분수를 검게 물들였다.

 

로이터 통신은 21일(현지시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활동가 7명이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부었다고 보도했다.

 

트레비 분수는 1762년 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 살비가 만든 것으로, 후기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영화 ‘로마의 휴일’(1953)과 ‘달콤한 인생’(1960)에 등장하며 세계적 명소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화석(연료)에 돈을 내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트레비 분수에 들어가 식물성 먹물을 부으며 “우리나라가 죽어가고 있다”고 외쳤다.

 

활동가들은 성명을 통해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화석연료에 지급하는 공적 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 단체는 먹물이 분수에 해를 끼치기 않을 것이라 했지만,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시장은 “30만 리터의 물을 버려야 한다. 시간과 노력, 물이 든다”고 반론했다.

 

이 단체의 먹물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로마 스페인광장의 바르카치아분수를, 이달 6일에는 로마 나보나 광장의 피우미분수에 먹물을 투하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지난달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훼손하거나 파손할 경우 최대 6만 유로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각국 미술관 관장들도 환경단체의 시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환경 단체가 미술관에 있는 명화에 으깬 감자, 야채 수프, 접착제와 같은 오물을 끼얹는 형태의 시위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 세계 저명 미술관장 92인은 최근 “세계 문화 유산의 일부로 보존돼야 하는 대체 불가한 존재의 취약성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해 핵심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간섭과 점거 등 활동을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시 최대 1년 징역형에 처하는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시위의 형태를 두고 ‘에코 테러리즘’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에코 테러리즘은 환경보호 운동을 위해 과격한 수단을 서슴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활동가들이 다소 과격한 형태의 시위를 택한 이유는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소속 애나 홀랜드는 방송에 출연해 “기후 위기보다 두려운 건 없다. 사람들이 운동에 주목하게 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윤정 온라인 뉴스 기자 mary170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