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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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구단 모두 조심하라”… KCC 유니폼 입은 최준용의 엄포 [일문일답]

“농구킹이 될거다.”

 

“다른 팀들 조심해라.”

 

역시 할 말은 다 하는 최준용이다. 서울 SK에서 전주 KCC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최준용은 리그 최고의 포워드이자 악동 답게 다음 시즌 자신에 자신감과 함께 다른 구단들에게 “우승은 KCC의 것”, “모두 조심해라” 같은 엄포를 놨다.

 

최준용이 2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KCC이지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KCC는 FA 최준용을 계약기간 5년, 첫 해 보수총액 6억원(연봉 4억2000만원·인센티브 1억8000만원)에 영입했다. 뉴스1

최준용은 22일 KBL 센터에서 전주 KCC 입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는 구단 관계자들을 비롯해 전창진 감독, 허웅도 참석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준용은 전 날 KCC와의 계약이 공식 발표된 바 있다. KCC가 발표한 계약 조건은 계약 기간 5년 보수 6억 원(연봉 4억 2000만 원, 인센티브 1억 8000만 원)이다. 최준용은 2021∼2022시즌 SK의 통합 챔피언 등극에 앞장서며 MVP까지 거머쥔 ‘만능’ 포워드다. 최준용은 예상보다 적은 연봉을 받지만 허웅-이승현-라건아 삼각 편대에 2020∼2021시즌 MVP 송교창이 군에서 제대하는 KCC를 선택해 우승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KCC는 13년 만의 정상 탈환을 위해 거물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준용은 이날 입단 기자회견에서 “‘농구 킹’이 되고 싶다. 그래서 KCC를 선택했다. KCC를 꼭 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 진출에 대한 꿈도 전했다. 최준용은 “KCC, 서울 삼성, 원주 DB, 서울 SK까지 네 구단과 대화를 나눈 결과 미국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내 꿈을 KCC 구단이 존중해줬다”면서 “한국에서 결과만 잘 만들면 (미국 진출을) 도와준다고 했다”고 KCC 입단을 결심한 계기를 설명했다.

 

최준용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KCC이지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준용과의 일문일답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어떤 과정을 통해 KCC와 계약하게 됐나?

 

=FA 협상 시작 후 구단 관계자를 많이 만난 건 아니다. 선수들도 안 만났다. 두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었다. 삼성, DB와도 얘기를 하긴 했다. SK, KCC까지 네 팀과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KCC를 선택한 명확한 이유는 꿈이다. 항상 미국에 가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KCC는 그 꿈을 존중해주셨다. 한국에서 결과만 잘 만들어낸다면 꿈을 도와준다고 한 게 가장 크게 마음에 와닿았다. 거기다 라건아도 있다. 예전에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무서워했지 않나. 라건아를 다시 그 라틀리프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왔다. 그리고 허웅은 반지가 없다. 허웅에게 반지도 채워주기 위해서 왔다.

 

-SK에서 7년 동안 개성이 강한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KCC에서는 이런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라고 생각한 게 있다면?

 

=원래 이미지 그대로 할 거다. 같이 있어 보면 나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팀은 나를 싫어할 거란 걸 안다. 전창진 감독님도 나를 싫어했다. 물론 나도 감독님을 싫어했다(웃음). 같은 팀이 되면 나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SK도 오세근을 영입해 우승후보로 꼽힌다. 김선형에게 메시지?

 

=딱히 남길 건 없다. 모든 팀들이 우승후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팀이 최고의 우승후보다. 모든 팀들에게 경고하겠다. 조심하십쇼.

 

-워니, 안영준과도 각별했는데?

 

=워니와 통화를 굉장히 많이 했다. 정말 각별했는데 헤어지게 돼 실감이 안 난다. (안)영준이도 마찬가지였다. 가지 말라고 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각자 살길 찾아야 한다. 영준이와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팀이 돼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친하다고 경기장에서 봐주는 건 없다. 다른 팀으로 상대하는 건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안타깝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미국 도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FA가 되기 전부터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미국 도전에 대한 꿈은 확고하지만 일단 시즌에 집중할 것이다. 그 계획은 조금 뒤로 미뤄두고 시즌에 집중할 생각이다.

 

-시즌 막판 부상을 당했는데 현재 몸 상태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큰 부상이 아닌데 일부러 안 뛰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참고로 미디어에 관심이 없다. 핸드폰에 네이버도 없고 나한테만 관심이 있다. 부상이 있었던 건 맞다. 6강, 4강, 챔피언결정전에서 뛸 수 있었지만 아팠다. 그동안 조금 아픈 정도는 ‘모르겠다’ 하고 뛰었다. 그러다 큰 부상을 두 번 정도 당했다. 또한 사건, 사고가 많아서 나락도 경험해봤다. 이번에 다쳤을 땐 경기장을 일부러 안 갔다. 가면 너무 뛰고 싶을 것 같아서 그랬다. 나도 가족, 지인들이 있다. 항상 내 줏대만 믿고 막 뛰면서 몸을 혹사했는데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즌이었다. FA여서 나 자신을 희생하기 싫었다. 이 부분에 대해 전희철 감독님, 사무국에 다 얘기하고 경기를 안 뛰었던 것이다. 마지막까지 뛸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1~2경기 뛰면 또 쉬었어야 했다. 그러면 또 많은 말이 나왔을 것이다. 확실히 나은 후 내 미래를 준비하고 싶었다. 현재 몸 상태는 100% 회복된 것 같은데 아직 제대로 운동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 몸은 좋다. 당연히 100%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계약 조건

 

=연봉에 대한 말이 많았다. 연봉킹을 노리는 선수가 많고, 나도 그런 조건을 받았다. 나는 연봉킹보단 농구킹이 되고 싶다. 그래서 KCC를 선택했다. KCC를 꼭 킹으로 만들겠다.

 

-응원해준 팬들에게

 

=FA 기간 동안 SNS에 어떤 얘기도 안 남겼고, 수많은 전화가 왔지만 인터뷰도 안 했다. 나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싶었다. (이)대성이 형이랑만 연락했다. 일단 마음이 아프다. SK 구단, 선수들에게도 고맙지만 SK 팬들에게 제일 고맙다.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사건이 있었는데도 굴하지 않고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은 구단 사무국이 아닌 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팬들에게만 감사드린다. KCC를 가면 나를 싫어하겠지만 마음 한구석으로 기억하겠다. 감사드린다.

 

-KCC에서 맡게 될 역할

 

=SK에서 봤을 때 KCC는 좋은 선수가 많은데 교통정리는 안 된 팀이었다. 내가 간다면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먹으라고 패스도 주고, 교통정리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득점에 욕심이 많은 선수도 아니다. 나는 승리에 목마른 미친놈이다. 우리 선수들을 도와주며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최준용이 2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전주 KCC 입단 기자회견에서 허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L 제공

-허웅은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이미 잘 먹고 잘살고 있긴 하다. 다 가진 선수여서 내가 더 살려줄 건 없다. 그동안 많은 집중을 받았다. 더블팀도 들어오고, (허)웅이 형한테 수비가 많이 치우쳤다. SK에 있을 때 (오)재현이, (최)원혁이 형도 “허웅만 막으면 이긴다”라고 했다. 이제는 (송)교창이도, 나도 있다. 언급 안 한 했지만 이외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나, 교창이에게 수비가 몰리면 서로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승 가능성을 봤을 때 SK도 안정적인 전력이다. SK에 있다면 조금 더 편하게 우승에 도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승을 해봤는데 편하게 할 수 있는 우승은 없다. 그런데 이제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SK에 남았다면 더 전력이 좋았을 거라고 하는데, 그건 맞다. 내가 있는 팀은 무조건 우승후보다. 내가 나왔으니까 이제 SK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 KCC가 우승 후보다. SK는 노인즈다. 우리는 젊음으로 밀고 가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고 싶다. FA 과정에서 삼성, DB 사무국과 코칭스태프도 나에게 너무 잘해주셨다. 두 팀 다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이번 FA 협상을 계기로 호감이 생겼다.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너무 감사드린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