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대학을 다 살려드릴 순 없습니다.”
지난 1월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2023년 정기총회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이런 발언에 장내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당시 총회장에는 전국 4년제 대학 198개교 중 148곳 총장들이 참석한 상태였다.
이 부총리는 “외람되지만 인구 추계 등을 볼 때 결국 모든 대학이 다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부가 모든 대학을 다 살리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모든 대학을 살려드리지 못한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학 구조조정은 누구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대학들이 선뜻 꺼내지 못하는 주제다. 기존 정부의 지방대 정책도 ‘위기의 지방대를 살려준다’는 쪽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이날 직접 대학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방대학 총장들 입장에선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들은 대부분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조가 깔려 있다. 정부는 ‘글로컬 대학은 구조조정안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려면 ‘뼈를 깎는’ 혁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대학 수가 현재보다 30∼40%는 줄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열린 대교협 포럼에서는 2040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이 28만명으로 2020년(46만명)보다 약 40%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 현재 대학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부실 대학이 양산되면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간다”며 “다 같이 살리려다간 다 같이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이 같은 수치 이상으로 커 보인다. 지방대 사이에서는 정부가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고 글로컬 대학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한 대학에 1000억원씩 몰아주는 것은 큰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못하면 그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큰 투자를 하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지만 대학들이 돈을 받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이라 대학 입장에선 종국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