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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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의 ‘메이저 사냥꾼’ PGA 높은 콧대를 꺾다

켑카, PGA 챔피언십 우승
최종 9언더파… 2위에 2타차 앞서
2년 3개월 만에 PGA 투어 우승
LIV 소속 최초… 메이저 통산 5승

클럽 헤드프로 마이클 블록 화제
최종라운드서 홀인원 ‘기염’ 토해
공동 15위… 2024년 대회 티켓 확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던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3·미국)가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자본으로 출범한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로 옮기자 동료와 팬들의 시선은 시큰둥했다. 투어 통산 8승 중 4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달성하며 한때 세계랭킹 1위를 질주했지만 한물간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 10월 고질적이던 왼쪽 무릎 슬개골 부상이 악화돼 수술을 받았다. 2021년 2월 피닉스오픈 우승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다시 한 달 뒤 오른쪽 무릎 슬개골 탈구와 인대 손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0월 LIV 시리즈 7차 대회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며 긴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온 켑카가 이번에는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 세 번째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며 ‘PGA파’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세 번째 트로피 번쩍 LIV 시리즈 소속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가 22일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세 번째 우승을 일군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로체스터=EPA연합뉴스

켑카는 22일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컨트리클럽(파70·7380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4개를 묶어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켑카는 스코티 셰플러(27·미국), 빅토르 호블란(25·노르웨이)을 2타 차로 제치고 PGA 투어 통산 9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상금은 315만달러(약 41억8000만원). 켑카가 PGA 투어에서 우승한 건 2년3개월 만이다. 특히 켑카는 메이저에서만 5승을 거뒀고 그중 PGA 챔피언십에서 3승(2018·2019·2023년)을 달성했다. 다른 메이저 2승은 2017년과 2018년 US오픈에서 만들었다.

 

지난달 메이저 마스터스에서도 준우승을 거둔 켑카는 이날 우승으로 LIV 시리즈 소속 선수 첫 메이저 우승 기록도 세웠다. 켑카는 경기 뒤 “최근 2년간 많은 육체적 고통이 있었는데 여기에 있어서 행복하다”며 “메이저 5승 또한 특별하며 계속 우승을 추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켑카의 우승만큼이나 이번 대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닌 출전자는 투어 선수가 아닌 캘리포니아주 미션비에호의 아로요 트라부코 골프클럽의 헤드프로 마이클 블록(46·미국)이다. PGA 챔피언십은 출전 선수 156명 중 20명 몫을 미국 내 클럽 프로에게 배분한다. 블록은 1∼3라운드 이븐파를 적어내며 공동 8위를 기록하더니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 최종라운드에서는 홀인원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151야드 파 3홀에서 7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깃대조차 스치지 않고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블록은 최종합계 1오버파 281타로 공동 15위에 올랐다. 이 대회 전까지는 1988년 제이 오버턴(미국)이 공동 17위에 오른 것이 클럽 프로의 최고 성적이다. 1시간 개인 지도에 150달러를 받는 블록은 이번 대회에서 상금 28만8333달러(약 3억8000만원)를 벌어들였다.

그는 이번 대회 15위 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내년 PGA 챔피언십 출전권도 확보했다. 또 오는 25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개막하는 PGA 투어 찰스슈와브 챌린지와 다음 달 캐나다오픈에도 스폰서 초청으로 나서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출전하면서 자신의 공에 ‘왜 안돼(Why Not)’라는 문구를 써 놓은 블록은 “초현실적인 경험이었고 앞으로의 삶이 전과는 같지 않을 거라는 묘한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그건 멋진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