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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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분납 가능”… 도 넘은 성형 마케팅

온라인·SNS서 미성년자 등 유혹
年 240~360% 수준 ‘폭리’ 취해

‘무이자 혜택’ 내세워 병원 알선
계약 해지 요구 땐 ‘위약금 폭탄’

4년간 관련 피해구제 신청 420건
“외모지상주의, 심리적 위축 불러”

“마스크 벗기 쉽지 않네요. 윤곽수술 받으려는데 대출 괜찮을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이후 ‘성형 대출’이라는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동안 ‘마스크’로 가렸던 이목구비가 드러나면서 성형을 고민하는 이들이 증가하자, 성형산업에 기생하는 초고금리 대부업체부터 불법 브로커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2일 세계일보 취재진이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이후 온라인 성형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영업사원인데 마스크 벗으려니 코수술 시급”, “남들 (마스크) 다 벗어도 살 때문에 윤곽주사 필수” 등 외모 고민과 함께 성형 자금 관련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때맞춰 불법 대부업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성형 자금’, ‘당일 대출’ 등의 키워드를 내걸고 ‘고금리 소액 대출의 늪’으로 외모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심지어 ‘미성년자’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업체도 버젓이 존재했다.

기자가 직접 그중 한 업체에 연락을 취하자, 곧바로 이름·거주지·직업·대출사유 등을 묻는 ‘대출신청서’가 도착했다. 업체는 별다른 조건 없이 매월 한 번씩 이자를 갚는 ‘월변 대출’을 안내했다. 100만원을 빌릴 경우 월 이자율은 30%에 달했고, 1000만원 이상 대출 시 월 20%로 떨어졌다. 연간 240∼360% 수준의 폭리였다. 법정 최고 이율인 연 20%를 훨씬 초과했다. 6개월 안에 갚지 못할 경우 이자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문구와 미성년자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따라붙었다.

성형 산업에 도사린 ‘불법 호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60개월 무이자 성형 분납’ 등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내세워 성형외과와 연결해 주는 브로커도 횡행했다. 애초에 브로커의 존재는 의료법 위반이다. 의료법(제27조 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 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SNS상에서 불법 브로커들은 ‘무이자 성형 할부’, ‘무료 뷰티 컨설팅’ 등의 문구로 고객을 유혹해 특정 성형외과에서 진료비를 결제하게 한 뒤, 이후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환급을 거부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2월까지 접수된 잔여 진료비 환급 거부 및 과다 공제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420건으로 집계됐다. 진료비 선납 관련 피해는 피부과가 148건(35%), 성형외과가 125건(30%)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수그러든 올해 1∼2월 총 71건의 피해가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9% 늘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불법 마케팅의 피해자가 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외모에 신경을 쓰고, 성형수술을 요구하거나 마스크를 계속 쓰려는 아이들이 자신감 저하로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우 신체 이형성 장애로, 이때는 본인의 주관적 생각이 부정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교수(철학과)는 “외모 상품화가 더 이상 비판의 대상조차 되지 않고 그런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쿨한, 성형 권하는 사회가 됐다”며 “정형화한 몸이 아닌 다양한 신체 형상과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