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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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실·방만 공공기관 평균 연봉이 1억원 넘는다니

지난해 공공기관 15곳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9곳은 올해 1분기 상장사 중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현대자동차보다 직원 평균 연봉 수준이 높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일반 정규직 기준)의 평균 보수를 공시한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62곳의 평균 보수는 7038만원이었다. 이는 대기업보다 4.2% 높고 중소기업 대비 2.2배 많은 수준이다. 부실·방만 경영과 고비용·저효율의 대명사인 공공기업 평균 연봉이 놀라운 수준의 분기 실적을 낸 현대차보다 많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공공기관 상임기관장 연봉 수준도 턱없이 높다. 상임기관장 340명 가운데 88%인 300명은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 장관보다 연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장관 및 장관급에 준하는 공무원 연봉 1억3718만원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다. 이 중 134명은 국무총리(1억8656만원)보다, 29명은 대통령(2억4064만원)보다 연봉 수준이 높았다. 상임기관장 연봉이 가장 많은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은행(4억3103만원)이고, 한국투자공사도 4억원이 넘었다. 상임감사도 97명 중 71명이 장관보다 연봉이 많았고, 7명은 대통령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공공기관 347곳의 총 부채 규모는 670조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87조6000억원(15.0%) 증가했다. 공공기관 부채를 집계해 공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치다. 자본 대비 부채 비중을 의미하는 부채비율도 지난해 174.3%로 전년보다 22.5%포인트 높아졌다. 민간기업이라면 생존이 불가능한 좀비기업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공공기관 상임기관장과 직원들이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는 건 정상이 아니다.

공공기관 부실과 방만 경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적자를 메우려면 공공요금을 올리거나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실에 언제까지나 막대한 국민 혈세를 쏟아부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루 빨리 고강도 구조조정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임기 초반에는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다 용두사미로 끝난 역대 정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