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이 방치… 코인 발행·상장·공시 규제 서둘러야” [심층기획-가상자산, 조작된 고수익의 유혹]

전문가 제언

“입법 미비 악용하다 보니 사기 등 발생”
정무위 통과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핵심은 2단계 법안에 미뤄 ‘반쪽’ 지적

“무법천지(無法天地), 아사리판….”

현재의 가상자산 업계를 가장 짧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다. 2017년 가상자산 열풍이 있은 지 어언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코인의 발행과 상장, 공시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이 없다. 그 사이 가상자산 시장은 눈먼돈을 벌려는 자들의 욕망의 구렁텅이가 됐다. 발행사와 거래소는 코인 발행 및 상장으로 돈을 챙기고, 투자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눈물만 삼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3일 세계일보가 만난 전문가들은 코인의 발행·상장·공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하루빨리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행사의 코인 시세조작, 거래소와 발행사의 유착, 코인의 부실한 사업성 등 모든 문제의 원인이 정부 규제와 가이드라인의 부재에 있다는 인식에서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코인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은 규제를 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은 규제가 있으면 따르는데, 지금은 규제도 만들어 놓지 않고 ‘나쁜 놈들아’라고 손가락질을 하게 만든 상태”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커뮤니티인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를 운영하는 변창호씨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처벌도 없이 (가상자산 업계가) 방치되고 있다”며 “법이 없다는 걸 악용하다 보니 (사기 등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과시켰지만 이 법도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많다. 거래소에 이용자 자산 보호 의무를 부여하고 시세조종 행위 등은 처벌하는 게 핵심인데 정작 가상자산의 발행과 상장, 공시에 대한 건 2단계 법안으로 미뤄놨기 때문이다. 핵심이 빠진 셈이다.

구 변호사는 “지금 하면 되지 왜 나중에 하느냐”며 “(국회와 정부가) 안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씨도 “(국회가) 골치 아픈 걸 2단계로 미뤘다”며 “2단계에선 공시에 대한 가이드라인, 유통량에 대한 규정 등을 확실하게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사와 거래소의 유착관계도 반드시 끊어야 할 썩은 고리다. 변씨는 “거래소가 검증을 부실하게 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같이 짜고 치는 것”이라며 “거래소 입장에서 발행사는 수수료 이익도 가져다주고 상장피도 주는 1석2조 고객”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상장부터 규제를 엄격하게 해서 상장을 어렵게 하거나, 상장은 자유롭게 하되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물리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특별취재팀=이희진·안승진·조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