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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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화장실서 살인하겠다” 예고에…경찰 “여학생이 들어가봐라” 논란

경찰, 수색과정서 지나가던 여학생 붙잡고 부탁해 논란
연합뉴스

 

숙명여자대학교 화장실에서 살인을 하겠다는 예고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수색 과정에서 남성 경찰관이 별도의 상황 설명 없이 지나가던 여학생에게 “화장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최근 SNS에 ‘서울 숙명여대 화장실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올린 남성을 체포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글이 올라온 지난 21일 새벽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학교 내부와 주변을 수색했고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SBS 등에 따르면 경찰은 현장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지나가던 여학생에게 “여자 화장실에 사람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이 화장실을 살펴보는 사이 경찰 세 명은 문밖에 서 있었다고 한다.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말하자 경찰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고맙다는 인사 후 현장을 떠났다. 이같은 부탁을 받은 학생은 모두 3명으로 알려졌다.

 

부탁을 받은 학생 중 한 명은 “몰카(불법촬영 카메라) 같은 거 확인해 달라는 말씀인 줄 알고 가볍게 응했던 것”이라며 나중에야 친구들로부터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출동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살인예고글. KBS 방송화면 갈무리

 

또 다른 학생도 “정말 큰일 날 뻔한 일이었는데 왜 저한테 그런 일을 시키시는지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매체에 심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용산 경찰서는 “남경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부득이 대처했다”고 해명했다. 여경을 동원하지 않은 이유에는 “휴일 집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행법상 경찰관은 사람에 대한 위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화장실을 포함해 공개된 장소에 출입할 수 있다.

 

용산경찰서는 “해당 경찰관들의 행동이 미숙했다”면서도 “피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징계 절차 등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글을 올린 남성의 거주지 관할인 송파경찰서에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