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기도하면 영적 구원…” 1만회 걸쳐 신도들 헌금 16억 가로챈 60대 검거

종교시설과 기도 모임 등에서 만난 신도들로부터 10여년간 거액을 받아 가로챈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몸이 아파 치료가 쉽지 않거나 가족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기도하면 영적으로 치유하고 구원받을 수 있다”며 헌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A(68·여·무직)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과 김제 등지 신도 14명으로부터 총 1만100여 차례에 걸쳐 16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그는 지난 2011년부터 교회나, 성당, 기도 모임 등에서 알게 된 신도들에게 접근해 “영적으로 특별한 치유 능력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기도 헌금 명목으로 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질병이나 가정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처지여서 종교적인 관계로 만난 A씨의 꾀임에 속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헌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몸이 아픈 가족이 있는 신도들에게는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영적으로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며 금전을 요구했다. 이를 믿고 헌금을 건넨 신도 가족은 되레 병세가 악화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가 피해자들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인 가스라이팅으로 이런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그의 영적 치유 능력을 절대적으로 믿으며 피해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그의 범행 수법에 비춰볼 때 향후 추가적인 수사에 따라 피해자와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6월 피해자들이 고소장 접수함에 따라 수사에 나서 A씨가 피해자들과 거래한 계좌 30여개를 추적, 분석해 피해 사례와 규모를 파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도들이 영적 치유에 도움을 받은 데 대해 답례로 자발적으로 헌금을 낸 것일 뿐 강요하지 않았다”며 “헌금은 주위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도 사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범행 수법을 파악하고 피해 증거 등을 확보하느라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며 “추가적인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제=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