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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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가배상 ‘男 차별’ 철폐 나섰다 “상식에도 안 맞아”

"남학생 예상 일실수입이 여학생보다 적어"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4일 국가배상법과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가배상에서 군 복무와 관련해 발생하는 차별적 조치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한 장관은 경기 과천시 정부청사에서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열고 "법무부는 병역 의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치들을 적극 찾아보고 이번 기회에 개선하기로 판단했고, 실무자를 통해 전반을 검토했다"며 두 가지 사항을 발표했다.

 

우선 "국가의 과오로 남학생이나 여학생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적은 액수를 받게 된다"며 "남성은 예상되는 군 복무기간 만큼은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9세 남녀 학생이 공무원의 과실 등으로 인해 숨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일실수입을 계산한 결과, 남학생(4억8651만원)이 여학생(5억1334만원)보다 약 2682만원 적었다. 남학생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군복무 예정 기간(18개월)을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남자는 여자보다 18개월을 덜 계산한다는 것이 현재 제도의 취지다. 왜 불합리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상을 받아야 할 일"이라며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11조와 39조에 반한다. 그 자체로 정의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군복무 기간을 (일실수입을 계산하기 위한) 취업가능기간에 산입한다는 명시적 내용을 시행령에 규정해서 병역의무 대상 남성에 대한 국가배상액 차별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사·순직한 군인·경찰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가배상법은 본인과 유족의 이중배상금지 원칙을, 헌법은 본인의 이중배상금지 원칙을 정하고 있다. 연금 등을 받으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 장관은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이와 별도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를 금지한 국가배상법 규정은 베트남전 파병 시기에 도입됐다. 당시 국력 기준으로 재정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력이 커진 것과 사회적 참사·희생에 대한 경제적 배상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개정할 때가 됐다"고 했다.

 

한 장관은 고(故) 홍정기 일병 유족의 소송을 예로 제시하며 "국가배상법을 개정해 유족에게 독자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홍 일병 유족은 군대에서 적시에 진단·치료를 받지 못해 홍 일병이 사망했다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2500만원 지급과 국가의 사과 등을 제시하며 화해를 권고했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장관 주재로 여러 차례 깊이 있는 회의를 했다"며 "입법이 아닌 저희의 법 해석으로는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화해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이 사안(홍 일병)을 위해서 (개정안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부칙으로 소송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국방부, 경찰, 해경과도 이 내용을 충분히 협의했다. 개선 방향에 대해 함께 공감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입법예고(오는 25일부터 7월4일까지)를 거쳐 법안을 국회에 발의하고, 국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이 남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