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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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커지는 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수사로 규명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간부 자녀들이 선관위 경력직에 채용된 사례가 추가로 드러났다. 2021년 9월 당시 1급인 세종선관위 상임위원 A씨의 자녀가 경북 영천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대구동구 선관위 8급 경력직에 채용되고, 같은 해 선관위 4급 직원의 자녀 역시 경남지역 선관위 7급 경력직으로 채용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로써 현재까지 드러나 선관위 전·현직 간부 자녀 특별채용 의혹은 6건으로 늘었다. 앞서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 김세환 전 사무총장,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등의 자녀가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선관위 경력직으로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 “경력직은 원거리에 배치돼 인기가 높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이 중 2건은 전·현직 고위간부가 본인 자녀의 채용을 승인한 최종 결재권자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더 키웠다. 박 사무총장의 딸은 광주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선관위 9급에 채용됐는데, 박 사무총장은 딸 채용 당시 사무차장으로 채용을 승인한 최종 결재권자였다. 김 전 사무총장도 사무차장 시절 자신의 아들 경력 채용을 본인이 최종 승인했다. 자녀의 채용을 ‘셀프 결재’한 셈이다. 이들이 채용 과정에서 사전 정보를 얻었거나 면접에서 특혜가 없었는지 의심하는 건 합리적 범주에 속한다.

선관위는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직원 수가 3000명에 이르는 헌법상 독립기구다. 어느 기관보다 중립성·도덕적 유지가 중요한 곳이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지난 대선 때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후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소쿠리 투표’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독립기관임을 내세워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적폐 청산’ 현수막은 인정하고, 국민의힘의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는 금지 조치를 해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기도 했다.

외부인을 참여시키겠다고 했지만 선관위 내부 감사로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엊그제 특별감사에 착수하면서 5급 이상 간부 자녀의 재직 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지 의문이다. 공직 채용 문제는 우리 사회가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하나 남김없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선관위는 이번 파문을 조직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