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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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새 야구장 ‘공연장 병행’ 논란

市, 6월까지 야구장 설계 변경 돌입
총 3만석 규모 야외무대 설치·운영
140억 추가 국비 요청에 ‘정부 난색’
안전 확보·비시즌 수요 부진 우려도

대전시가 새 야구장인 베이스볼드림파크를 케이팝(K-POP) 콘서트를 열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으로 병행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추가 국비 확보에 따른 개장 순연과 3만석 규모의 공연장 수요 충족 여부, 선수단 경기력 영향 등 각종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24일 대전시에 따르면 베이스볼드림파크에 대규모 콘서트·문화 공연이 가능토록 야구장 설계 변경에 돌입한다. 시는 야구장 그라운드 중견수측에 무대를 설치해 관중석 1만3000석과 그라운드(스탠딩 포함) 내 1만7000석 등 모두 3만석 규모의 공연장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연장 부대시설로는 무대장비 반입로와 공연전용 전기시설, 공연자 대기실, 무대시설 창고, 방송장비 등이 계획됐다. 시는 6월까지 설계변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비 140억원을 추가 증액 요청했다.

 

베이스볼드림파크 조감도. 대전시 제공

시는 1567억원(국비 150억·시비 987억·한화 430억원)을 들여 중구 부사동 한밭종합운동장 자리에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연면적 5만8594㎡)의 개방형 야구장을 건립한다. 지난 3월 착공했으며 2025년 3월 개장 예정이다.

 

그러나 추가 국비 요청에 대해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예산 확보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공사기간이 순연되면 2025년 3월 개막전을 새 야구장에서 치르겠다는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공연장 활용 빈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공연계에선 3만석 규모의 공연장을 채울 수 있는 가수는 국내에선 조용필, 싸이, BTS 등 월드스타급 정도가 거론된다. 1만7000석인 서울 고척스카이돔구장도 국내 가수 콘서트로 매진한 사례는 없다.

 

시는 야구 홈경기가 열리는 72일을 제외한 300여일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시즌 중에는 공연장 활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수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공연 준비 등 물리적 여건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역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3만석 규모의 대형 공연을 치르려면 공연 기획·무대 설치, 해체 등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면서 “시즌 중에 3일 정도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안전한 공연을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10월 중·하순부터 2월까지인 비시즌엔 추운 날씨로 야외 공연장 수요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장에서 열린 공연은 2017년 8월 올스타브레이크 때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던 싸이 흠뻑쇼 콘서트가 유일하다. 스탠드 형식으로 열렸던 공연 이후 야구장 잔디 훼손, 선수단 안전·경기력 문제 등의 논란이 일었다. 구단은 그라운드에 떨어진 귀걸이 등 각종 액세서리를 수거하기 위해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해 그라운드 수습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팬들은 “천연잔디가 있는 야구장에서 콘서트를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냈다. 삼성 구단에서도 이후 구장 내 공연 허가는 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무대 설치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라며 “여러 경우의 수를 잘 살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