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코인원 뒷돈상장’ 재판 시작… 코인 상장 비리 전모 드러날까

25일 서울남부지법 304호 법정.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재판부인데 이날 오전엔 법정이 가득 찼다. 합의부(판사 3명이 진행하는 재판부)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사건이 많은 단독재판부 법정이 꽉 차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2023고단… 사건 진행하겠습니다.”

 

지난 4월 10일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경이 되는 P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전 코인원 거래소 직원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 개정 선언에 변호인들이 우르르 피고인석에 섰다. 피고인석에 들어선 변호인만 8명. 뒤이어 옆방에 대기하고 있던 4명의 피고인도 법정에 입정했다. 하늘색 수의와 짙은 녹색 수의를 입고 있었다. 피고인과 변호인, 검사가 자리에 위치하자 법정이 좁아 보였다.

 

수의를 입고 입장한 이들은 ‘코인원 뒷돈상장’ 혐의를 받고 있는 코인원 전 직원 2명과 상장 브로커 2명. 이날이 기소된 뒤 처음 열린 공판기일이다.

 

코인원 전 상장 총괄이사였던 전모(41)씨는 2020년부터 2년8개월간 상장 브로커 고모(44)씨와 황모(38)씨로부터 상장 청탁을 받고 19억2000여만원의 가상자산과 현금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단이 마켓메이킹(MM)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묵인해 코인원의 거래지원 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코인원 전 상장팀장이었던 김모(31)씨도 업무방해 혐의와 함께 고씨와 황씨로부터 10억3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가상자산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브로커 고씨와 황씨는 전씨와 김씨에게 이 같은 돈을 제공한 혐의다.

 

이날 재판에서 브로커 고씨의 변호인만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고씨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다 인정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오늘 법정에 제출한 의견서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변호인들은 증거기록을 아직 살펴보지 못했다며 차후 재판기일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과 검찰 측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황씨 변호인은 “기소된 지 한 달이 지나가는데 아직도 검찰에서 기록 열람등사를 안 해준다”며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기록을 본 뒤 인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이후 김 판사가 “차회기일에 인부를 하려면 (변호인들이) 증거내용을 확인해야 하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묻자, 변호인은 “(검찰이) 언제 허가해주실지”라고 공을 검찰측에 넘겼다.

 

이에 검찰은 “열람등사 신청자가 밀려있어서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5월 말에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응수했다.

 

변호인은 “사실 공소사실을 인정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기록을 못봐서 인부를 못하고 있는데 (검찰이) 증거목록도 제공해주지 않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검찰을 겨냥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주 금요일에 제공을 했다”고 반박했고, 변호인은 “연락을 못 받았다”고 맞받아쳤다.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은 “알겠다”며 재판부가 정리에 나선 후에야 끝이 났다.

 

‘코인원 뒷돈상장’ 사건은 가상자산 업계에 의혹으로만 알려져 있던 발행사와 거래소의 유착, 상장피, 시세조작 문제 등이 수면위로 올라온 사건인지라 업계 최대 관심사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11일 브리핑에서 “이번에 구속한 거래소 상장담당 이사와 상장팀장은 코인 시장 조작세력과 결탁해 상장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것은 물론, 상장브로커를 통해 발행재단으로부터 상장 신청할 코인을 염가로 선취매해 둔 다음 상장 후 이를 고가에 되팔아 이익을 향유했다”며 “사실상 발행재단의 MM작업을 조장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15일 다시 열린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