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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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비니시우스다”…인종차별에 이어진 연대

“모두가 비니시우스다.”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선수도 인종 차별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불거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22)를 향한 인종차별 논란에 레알 마드리드 구단과 팬들이 연대를 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비니시우스는 굳건히 인종 차별에 맞섰다. 

 

레알 마드리드는 25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프리메라리가 36라운드 라요 바예카노와의 홈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스페인 라리가 2022~23시즌 35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와의 경기 도중 후반 28분 관중석의 발렌시아 팬과 언쟁을 벌이는 레알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왼쪽). 발렌시아=AP연합

이날 승리보다 값진 것이 따로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경기 전 무엇보다 특별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모든 선수가 비니시우스의 이름과 등번호 ‘20’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그리고 “인종차별주의자는 축구에서 퇴장”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원정팀 라요 바예카노의 선수들도 같은 현수막을 들어 보였다. 인종차별 앞에서 이들은 레알 마드리드와 한팀이었다. 홈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홈팬들은 “우리는 모두 비니시우스다”라고 글이 적힌 현수막을 관중석에 매달았고, 경기 시작 뒤 전반 20분이 되자 비니시우스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펼친 건 최근 인종차별을 당한 비니시우스와 연대하겠다는 의미였다. 비니시우스는 이번 시즌 내내 인종차별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지난 22일 발렌시아 원정 경기에서는 관중들이 ‘원숭이’, ‘죽어’ 등을 외치자 이를 들은 비니시우스가 참지 못하고 언쟁으로 이어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모욕을 견디다 못한 비니시우스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있다. 당시 비니시우스는 경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처음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프리메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일상화됐다”며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고 글을 남겼다.

 

이후 스페인 경찰은 당시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로 3명을 체포했다. 또 지난 1월 마드리드의 다리 난간에 비니시우스의 이름이 적힌 셔츠를 입힌 인형을 매달아 놓은 혐의를 받는 4명도 붙잡혔다. 스페인 축구협회는 발렌시아에 인종차별 행위가 발생한 일부 관중석에 대한 5경기 무관중 징계를 내리고 4만5천 유로(약 6400만원)의 제재금도 부과했다.

 

이날 부상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비니시우스도 구단과 팬들의 연대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SNS에 “사랑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하비에르 테바스 프리메라리가 회장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비니시우스의 인종차별 논란에 “스페인도, 프리메라리가도 인종차별적이지 않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다. 우리는 모든 힘을 다해 인종차별을 비난하고 해결하려고 한다”고 언급하면서 많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결국 테바스 회장은 “내 메시지와 의도가 전달되지 않아 유감이다. 비니시우스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며 뒤늦게 수습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