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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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이자부담에 지출 11.5%↑… 1분기 月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

고물가·고금리 충격파 저소득층 더 커
소득하위 20% 월 46만원 적자살림 때
상위 20%는 월 374만원 흑자 살림

올해 1분기 가구당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연료비 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고, 고금리에 이자비용도 40% 이상 늘었다. 고물가·고금리 충격은 저소득층에 두드러져 분배지표도 악화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482만5000원) 대비 4.7% 증가했다. 사업소득(-6.8%)과 이전소득(-0.9%)이 감소했지만, 고용소득이 8.6% 오르며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재산소득도 18.2% 늘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물가 상승률(4.7%)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로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3,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벌이는 많이 늘지 않았는데, 씀씀이는 커졌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전년동기 대비 11.5% 증가한 282만2000원을 기록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2.9%)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지출이 증가했다. 특히 오락·문화(34.9%), 교통(21.6%), 음식·숙박(21.1%), 주거·수도·광열(11.5%) 등의 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예년보다 따뜻한 기온으로 외부활동이 늘어난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연료비 지출도 대폭 증가했다. 월평균 연료비는 1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5% 늘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세금·은행이자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의 경우 1년 전보다 10.2% 오른 106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자비용 상승률이 4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28.9%) 기록을 1분기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116만9000원)도 12.1% 줄어들며 1분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보복소비 증가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며 소비성향(70.7%)은 5.1%포인트 상승했지만, 실질소득이 제자리인 탓이다. 흑자액이 줄어들 경우 가구의 저축 및 채무 변제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512만5000원으로 17.7% 늘었다. 1분위(13.7%), 2분위(0.7%), 3분위(5.0%), 4분위(13.1%)와 비교해볼 때 증가폭이 가장 컸다.

분배 지표도 나빠졌다. 1분위 가구는 월평균 46만원의 적자 살림을 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적자액이 53.7%나 된다. 반면 5분위 가구는 같은 기간 월평균 374만4000원의 흑자를 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이 42.2%에 달했다.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 가구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45배를 기록했다. 1년 전(6.20배)보다 소득 격차가 커졌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