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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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발탁한 흑인 장성, 바이든은 '더 높은 자리'로

트럼프 때 공군참모총장 된 브라운
바이든, 차기 합참의장 후보자 지명

“우리 군대를 이끌 인물로 그보다 더 적합한 이는 없을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차기 합동참모의장 후보자인 찰스 브라운 공군참모총장(대장)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브라운 후보자는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인물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적어도 미군에는 ‘코드 인사’나 정권교체에 따른 ‘인적 청산’은 없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찰스 브라운 현 공군참모총장을 차기 합동참모의장 후보자로 지명한 뒤 그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지명한 브라운 후보자와 함께 기자들 앞에 섰다. 브라운 후보자의 아버지는 육군 대령 출신으로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할아버지는 육군 상사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라는 점을 각각 강조하며 그를 “자랑스러운 전사의 후예”라고 불렀다. 이어 브라운 후보자 본인은 F-16 전투기 등 여러 기종을 총 3000시간 이상 조종한 베테랑 조종사라고 덧붙였다.

 

브라운 후보자는 공군사관학교 졸업생이 아니다. 텍사스 공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재학 시절 학생군사교육단(ROTC)을 이수한 그는 1984년 학사학위 취득과 동시에 미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1980∼1990년대 미 공군은 물론 서방 진영의 주력 전투기였던 F-16 ‘파이팅 팰콘’ 조종사로 활약했다.

 

특히 한국에서 2번에 걸쳐 2년 6개월가량 근무했다. 중위 시절인 1987년 4월부터 1988년 10월까지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의 제35전술비행대대에서 F-16 조종사로 복무했다. 이후 대령 때인 2007년 5월부터 2008년 5월까지는 군산 소재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의 단장을 지냈다. 그래서인지 2020년 그가 공참총장에 임명됐을 당시 공군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한반도 및 아시아 전문가’란 표현을 썼다.

 

2020년 8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백악관에서 찰스 브라운 신임 공군참모총장(오른쪽)의 취임선서 의식을 주관하고 있다. 브라운 총장 왼쪽은 그의 부인. 방송 영상 캡처

눈길을 끄는 건 브라운 후보자를 공군 역사상 최초의 흑인 참모총장으로 발탁한 이가 다름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이란 점이다. 오늘날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점에 비춰보면 뜻밖이다. 당시 트럼프는 “나의 크나큰 영광”이란 말로 첫 흑인 참모총장 기용이 자신의 주요 업적임을 과시했다.

 

어찌 보면 ‘트럼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운 후보자가 바이든 행정부 들어 공군총장보다 더 높은 합참의장 후보자로 지명된 점은, 정권교체 때마다 지난 정권 사람들이 청산 대상이 되는 우리 현실과 비교하면 신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라운 후보자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의 조언을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