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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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경기 침체 속 최저임금 논의, 실태생계비 분석 두고 충돌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 중인 노사가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동계는 치솟는 물가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과도한 인상이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방어선을 치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2일 첫 회의가 열리고 3주 만이다.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2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공개된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결과를 두고 노사가 충돌했다.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를 말한다. 지난해 월평균 실태생계비는 241만1320원으로 고물가 영향을 받아 전년도의 220만5432원보다 9.3% 뛰었다. 241만1320원 중 소비지출은 195만6166원, 비소비지출은 45만5154원으로 분석됐다.

 

앞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2000원, 월 급여로 계산 시 250만8000원을 요구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24.7% 많은 액수다. 당시 노동계의 요구안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가 나오자 노동계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최임위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해 최저임금은 생계비 인상률보다 낮은 5.0%가 인상돼 실질임금은 4.3% 삭감됐다”며 “여기에 물가 폭등으로 노동자 가구의 생활 여건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민경제 파산을 막기 위한 해결책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올해 최저임금은 비혼 단신 생계비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라며 “치솟는 물가를 고려한다면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의 근거는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경영계는 생계비를 근거로 한 노동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가 과도하다고 맞섰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 241만원은 월 소득이 700만~800만원에 달하는 고임금 계층의 소비 지출까지 포함됐다”며 “최저임금 자료로 활용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심의는 정책 대상인 저임금 근로자 계층의 생계비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기업의 지불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고, 업종별 구분 적용도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문제”라며 “물가 인상은 근로자뿐 아니라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