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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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 교사 아동학대 ‘면책’ 필요할까

#1.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수업시간에 소란을 피운 학생의 이름을 칠판에 붙였다가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학부모는 “아이가 선생님 때문에 수치심이 들었다고 한다”며 결국 ‘정서학대’로 교사를 신고했다.

 

#2.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아이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자 아이의 팔을 붙잡고 지시했고, 학부모는 아동학대로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실제 교원단체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사례다. A씨와 B씨처럼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하던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이 늘면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면책권’을 줘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교원단체들은 학교현장에 꼭 필요한 법이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교원의 정당한 생화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국민의힘 이태규 의원 대표 발의)됐다. 개정안은 교원의 생활지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지자체의 조사, 경찰의 수사 전 교원의 소속 교육청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됐다.

 

교원단체는 법 개정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최근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아동학대처벌법은 특히 ‘주장’만으로도 수사기관 신고와 교사분리 조치, 전수조사로 이어져 교사들의 고통이 크다는 설명이다. 2021년 경찰에 교사가 체벌·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건수는 1089건이지만, 실제 교육청 징계를 받은 경우는 71건에 그친다. 대부분 혐의 없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올해 초 전국 유·초·중‧고 교원 5520명을 조사한 결과, 교원들은 아동학대 신고 불안에 늘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원의 77%는 교육활동 또는 생활지도 과정 중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본인이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당하거나 동료 교원이 신고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47.5%였다. 최근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정당한 교육활동·생활지도 민·형사 면책권 부여’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96.2%에 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지난달 유·초·중·고 교원 1만1377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제1순위 과제로 ‘무고성 아동학대신고 처벌 등 법률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방지 대책 수립’(38.2%)이 꼽혔다.

 

교총은 “수업 중 엎드려 자는 아이를 깨웠다고, 맘대로 돌아다니는 아이를 제지했다고, 잘못한 행동에 대해 주의를 시켰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게 학교의 현실”이라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총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는 교원들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위축시켜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교사의 인권 보호를 넘어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수경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도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신고만으로도 즉시 직위 해제, 관계기관의 조사 및 수사가 이어져 학부모들이 교사의 교육 방침이나 교육활동을 문제 삼고 본인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무고를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면책권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일부 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는 “모호한 기준으로 아동학대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 이를 반대하는 의견을 달아야 한다는 공지가 공유되기도 했다. 자신을 초등학생 학부모라고 밝힌 C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저학년이나 장애 아동은 누가 보호해주냐”며 “교권추락을 보완할만한 학교 시스템을 강화해야지 왜 아이들을 보호하는 법률을 무효화하나”란 글을 남겼다. 전국혁신학부모네트워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학부모 단체들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라며 “교사의 권위를 지켜주기 위해 가장 힘 없고 연약한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에 예외를 두 순 없다. 개정안은 아동학대를 조장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