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혐오 막아서자! 막아서자! 막아서자!”
대구 북구 경북대, 삼삼오오 모여든 경북대 학생과 교수들은 5월 한 달 동안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교내에서 평화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경북대 인근에 준공 중인 이슬람 사원이 주민 반대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에 이슬람 혐오를 반대하는 경대인의 모임을 만들고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이들은 이슬람 사원 갈등 해결방법을 고민하다 평화행진을 계획했습니다.
경북대 인근의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은 햇수로 벌써 3년째입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이슬람 사원의 손을 들어줬고 현재 공사가 절반 이상 진행됐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죠. 특히 공사장 앞에선 이슬람교도들에게 ‘역린’이라 할 수 있는 돼지고기를 먹거나 돼지머리와 족발을 놓는 등 과격한 행동까지 등장하며 갈등은 고조화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대구 대현동과 산격동 주민들은 주거지역에 사원을 건립할 경우 소음과 각종 음식 냄새로 지역이 슬럼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최근엔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나서서 갈등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오늘 미드나잇 이슈에선 종교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라는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구 이슬람 사원 논란을 들여다봤습니다.
◆이슬람 사원 앞에 등장한 돼지머리, 계속되는 갈등
29일 대구지역 정가에 따르면 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에 이슬람교도 학생들이 모여든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번화가인 경북대 북문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라 경북대에서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출신 이슬람교도 150여명이 학교와 가까우면서 임대료가 싼 대현동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슬람교도 유학생들은 2014년 현 공사 부지의 주택을 매입해 7년간 기도처로 삼아 왔습니다.
하지만 유학생들은 기존 기도처가 냉난방에 취약하고 비좁아지자, 돈을 모아서 인근 필지를 추가 구입해 지상 2층에 연면적 245m² 모스크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 증축을 추진했습니다. 바로 현재 논란이 되는 대구 이슬람 사원입니다. 관할인 북구청은 2020년 9월 사원 건축을 허가했고, 12월 3일 첫 삽을 떴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21년 2월 수면 위로 떠오르며 본격화했습니다. 건물 2층 골조가 올라가고, 인근 주민들은 뒤늦게 사원을 건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주민은 “지금까진 일부 유학생들의 삶이었지만 사원이 들어서게 되면 이 지역 전체가 이슬람교도들의 천지가 된다”며 “애당초 주택지역에 종교시설을 허가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슬람사원건축허가반대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린 주민들은 2월 16일 북구청에 350여 명의 연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냈고, 북구청은 이례적으로 접수 당일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슬람교도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이 사원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2022년 8월부터 공사가 재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15일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통돼지 바비큐를 구워 먹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죄악으로 여기는 이슬람교도들을 겨냥한 것이죠. 여기에 돼지머리까지 공사장 앞에 두기도 했습니다.
또 일부 주민들은 차량·집기 등으로 공사 현장 봉쇄에 나섰습니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하는 이슬람교도는 당장 떠나라. 테러리스트들아 당장”, “이슬람은 사람을 죽이는 악마 종교다” 등 혐오와 차별적인 표현이 담긴 현수막을 동네 곳곳에 내걸렸습니다.
◆홍준표 “이슬람도 종교다”…대구시 적극적으로 개입하나
이슬람 사원의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외부에서 이슬람교도 인구가 유입되고, 이슬람 관련 시설이 늘어나면서 동네 전체가 이슬람화·슬럼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슬람교도 학생들이 거주하면서 냄새와 소음 등 피해가 있었고, 사원 공사를 추진하면서 인근 주택 벽에 금이 가는 일도 있었다는 게 비대위의 입장입니다. 또 이미 대현동 한옥 주택에서 이슬람식 예배와 종교 행사 등으로 소음과 냄새 등으로 고통받아 왔다고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이슬람 신자는 약 11만명입니다. 한국인 이슬람 신자도 4만여명에 달하죠. 하지만 유독 대구에서 이슬람 사원이 논란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구에 있는 이슬람 사원과 예배소는 7곳으로 개별 도시 단위로는 가장 많습니다. 이 중 대현동의 예배소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은 모두 공단 인근 상가건물 등에 있어 주민들과의 마찰이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대현동 사원의 경우 주택가 한가운데 사원 신축을 추진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이슬람 사원 대부분은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단 주변에 있는데 이번 대현동의 경우 대학가와 주택가의 특성이 높아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슬람교도와 주민들의 갈등은 사적 영역의 문제로 정책적인 개입은 한발 물러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가 나서서 이슬람교도와 주민들의 대화와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홍준표 대구 시장이 나선 만큼 3년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갈등이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홍 시장은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구가 세계 속의 대구로 나가려면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모든 종교도 포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올린 다른 글에서도 “이슬람도 그냥 하나의 종교일 뿐”이라며 “서로 증오하지 않고 포용하며 각자의 종교만 믿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홍 시장의 이번 언급으로 대구시가 양측의 대화를 통한 이슬람 사원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예측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