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사표를 낸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을 이번 주 의원면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5급 이상 간부 전원을 대상으로 한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내부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두 사람이 징계받지 않고 물러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려는 것이다.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 규정’은 내부 감사나 조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국가공무원이 임의로 의원면직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상 독립 기구인 선관위는 예외 기관으로 돼 있다. 공무원이 중징계를 받지 않고 사퇴하면 공무원 연금 삭감을 피할 수 있다. 공직 재임용도 제한받지 않는다. 선관위가 이런 ‘특권’을 악용해 제 식구 봐주기에 나선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이것만이 아니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당사자인 중앙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 등 고위직 간부 6명 모두 채용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선관위 공무원 행동강령 5조를 위배한 것이다. 공무원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은 유사한 내용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지난해 6월 행동강령에서 빠졌지만 당시 선관위 전·현직 고위직 간부의 자녀가 채용됐을 때는 존재했다. 여권에서는 당사자들이 선관위 고위직이므로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박 사무총장은 자녀가 채용됐을 때 최종 결재를 했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선관위에 헌법상 독립 기구 지위를 부여한 것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독립 기구란 미명 아래 외부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선관위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소쿠리 투표’ 논란 때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고, 최근 북한 해킹에 대비한 국가정보원 보안 점검 요청도 거부했다가 뒤늦게 수용했다. 이번엔 채용 비리 의혹이 확산하면서 선관위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선관위 위상을 바로 세우려면 외부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고,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막강한 권한과 거대한 조직을 가진 선관위 수장을 대법관들이 비상근으로 돌아가며 맡다 보니 사무처 직원들의 전횡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내부 승진’으로 채워 온 사무총장직에 외부 인사를 발탁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사설] 복마전 선관위 개혁, 위원장 상근직 전환·외부 감시 강화부터
기사입력 2023-05-30 00:02:12
기사수정 2023-05-30 0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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