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에 착륙하려는 아시아나 항공기 비상구 출입문을 열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이 당초 기내에선 피해 승객으로 보호를 받다가 공항에 내린 후에야 ‘피의자’로 특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낮 12시35분쯤 대구공항에 착륙을 시도 중이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에서 비상구 출입문이 열렸고, 해당 문을 여는 모습을 본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다.
피의자 이모(33)씨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승객을 비롯해 주변 탑승자와 승무원 중 누구도 이씨가 출입문 레버를 조작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항공기가 착륙한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비상구로 뛰어내리려는 듯이 문 옆 벽면에 매달렸고,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이씨가 크게 겁을 먹어 뛰어내리려 한 것으로 보고 몸을 붙잡았다.
당시 이씨를 문을 연 범인이 아니라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로 판단한 것이다.
이씨의 옆자리에 앉았던 승객 이윤준씨는 “당시에는 문이 열리는 걸 제대로 본 사람이 없어서 그 친구가 범인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겁을 먹어서 뛰어내리려 했다고 착각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항공기는 12시39분쯤 착륙했고, 객실 승무원은 이씨를 대구공항에 상주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에게 인계하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손님이니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잠시 직원과 함께 공항 1층 대기실에 머물던 이씨는 ‘답답하니 나가고 싶다’고 요청해 직원 동행 하에 청사 밖 벤치로 이동했다.
이후 이씨는 직원에 ‘승객이 비상구 출입문을 열면 불법이냐, 출입문 레버를 누르면 어떻게 되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이 말을 듣고 수상함을 느낀 직원이 이씨와 함께 사무실로 이동한 뒤 오후 1시2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를 우선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출입문을 연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긴급체포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다만 “피의자가 경찰에 넘겨지기 전까지 제지 없이 공항을 빠져나와 홀로 있던 순간은 없다”고 밝혔다. 이씨가 사고 직후 내내 직원의 감시 속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기내에서 피의자가 문을 열었다는 걸 인지했다면 바로 제압해 내리는 즉시 경찰에 인계했겠지만, 어떻게 문이 열렸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붙잡아 둘 수는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고 직후 이씨가 경찰에 즉시 인계되지 않고, 제지도 받지 않은 채 홀로 공항을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에 있었다’는 MBC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