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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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 공세 이겨낸 케이씨, 이차전지 핵심 소재산업 이끈다

국내 유일 수산화알루미늄 27만t 생산
이차전지 원료 슈퍼파인 세계 4위 생산능력 갖춰
세계 3개사만 생산하는 보헤마이트… 차별화된 기술에 선도 투자
글로벌 기업 도약 위해 신사업 도전… ESG 경영 실천도 앞장

‘보크사이트’ 광물이 최종 도착한 곳은 전남 영암군 대불산단에 입주한 케이씨 공장. 공장 굴뚝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 광물을 정제하느라 쉼없이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보크사이트(철+알루미늄) 광물은 정제를 통해 6종의 수산화알루미늄 제품으로 태어난다.

 

31일 케이씨에 따르면 수산화알루미늄은 환경산업부터 전기전자산업, 철강산업 등 전반적인 산업분야에 꼭 필요한 핵심 원료다. 우리가 매일 쓰는 물도 부유물을 제거하는 정화공정에서 응집제로 쓰이는 수산화알루미늄이 없으면 안된다. 인조대리석, 세라믹, 내화물, 2차 전지,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와도 직결된다.

 

기초 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산화알루미늄을 국산화하고자 1991년 3월 경제장관 대책회의를 열고, 1996년 케이씨의 전신인 한국종합화학공업 수산화알루미늄 공장을 설립했다. 박찬웅 기술연구소 팀장은 “2001년 민영화를 통해 태어난 케이씨는 현재까지 국내 유일 수산화알루미늄 생산자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단에 위치한 케이씨 공장 전경. 케이씨 제공

◆국내 유일 수산화알루미늄 생산기업 케이씨···日·中 기업 덤핑 공세 이겨내

 

케이씨는 중국, 일본, 호주 등 외국 기업의 덤핑 공세를 거세게 받았다.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자칫 자원 안보가 위협 당해 국내 수산화 알루미늄 시장 가격을 방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는 게 박 팀장의 전언이다. 2003년 일본 3사는 덤핑으로 국내 유일 제조사 케이씨를 망하게 하려 했다. 당시 일본은 가격을 낮게 받은 뒤 케이씨가 경쟁력을 잃어 사라지면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삼키려는 야심을 드러냈다.

 

외국 기업의 무차별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케이씨는 2021년 4월 중국 및 호주산 수산화알루미늄 일반제품의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보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했다. 당시 26만원짜리 소재가 13만원에 들어왔다. 박 팀장은 “최소 40만원에 팔아야 하는데, 10만t을 팔면 100억원 적자가 나는 상황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정부가 중국과 호주를 비롯한 외국산 수산화알루미늄과 폴리아미드 필름 등에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21일부터 31일까지 ‘중국 및 호주산 수산화알루미늄에 대한 덤핑방지관세(반덤핑관세) 부과에 대한 규칙’ 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중국·호주산 수산화알루미늄에 향후 5년간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고 최근 밝혔다. 산자부 무역위 조사 결과 중국 및 호주산 수산화알루미늄의 덤핑수입으로 인해 국내 산업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돼 해당 품목에 대해 향후 5년간 반덤핑관세를 매기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파고를 넘은 케이씨는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무기화학산업의 최근 세계 동향이 원자재 수급 불균형으로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고부가가치 원료인 보헤마이트가 쓰이는 전기자동차가 급부상하는 등의 여파가 국내 유일 케이씨에 미처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첨단 신소재 국산화로 안정적인 수입대체 효과

 

케이씨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상하수처리제와 제올라이트 등 범용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 인조대리석, 세라믹, 내화물 등의 첨단 신소재 원료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맞춰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도 생산한다. 먼저 슈퍼파인(Super Fine) 제품을 개발해 세계 4위인 연간 4만t 생산 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하면서 2006년부터 매년 1100만달러의 수입 대체 효과를 이뤄냈다.

 

슈퍼파인은 전기전자 분야에서 친환경 난연제로 케이블에 사용되고, 유리 강화용 필러로 디스플레이에서 활용되고 있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출력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첨가제로서 양극재(NCA,NCMA)의 원료로 사용 되며, 방열 갭 필러 및 접착제 등의 용도로 각광 받고 있다. 이들 제품은 국내 굴지의 배터리 소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에코프로BM 등에 공급하고 있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의 양극재의 소재로서의 적용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2차전지 소재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또 최근 각광받는 전기자동차, 에너지 저장장치(ESS), 2차전지 분리막에 사용되는 보헤마이트 개발에도 성공했다. 케이씨는 2012년과 2020년 신규공장 건립과 증설 과정을 거쳐 세계 3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면서 매년 3000만달러 수출을 올리고 있다. 이광봉 공장장은 “2021년 12월 기준 울트라파인, 초미립 수산화알루미늄은 케이씨가 전 세계 시장에서 생산능력 4위를 갖추고 있다”며 “2017년부터 보헤마이트 분리막 매출은 계속 발생하고 있고, 미래 먹거리는 2025년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씨는 수산화알루미늄 제품군을 고부가가치로 늘려 회사 경영 이익 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김기범 경영지원본부장은 “덤핑 등의 문제로 인한 케이씨의 수산화알루미늄 일반 제품들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슈퍼파인, 보헤마이트로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며 “무기화학은 산업의 쌀이다. 다양한 제품군을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국내·외에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용(왼쪽 세번째) 케이씨 총괄 부사장과 우승희(오른쪽 세번째) 영암군수가 지난 5월 11일 전남 영암군청에서 대불산단 입주기업 최초로 영암 고향사랑기부금 1200만원을 기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케이씨 제공 

◆글로벌 기업 도약 위해 끊임 없이 신사업에 도전

 

케이씨는 경쟁국인 일본을 비롯해 세계 수십여개 국가로의 수출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발전한 만큼 끊임 없이 신사업 도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김기범 경영관리본부장은 “식품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반영해 식품 포장용 필름 제조 사업에 도전해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품질 균일성이 뛰어난 9층 공압출 동시 이축연신 트리플-버블(Triple-bubble) 공법 설비를 도입해 필름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식품용 포장 필름 시장에 진입했다. BRC (British Retail Consortium), FSSC22000(Food Safety System Certification 22000) 등의 국제 식품 안전 시스템 인증을 획득해 안전성과 경쟁력 있는 식품 포장용 필름 생산 및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케이씨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천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케이씨 구성원의 개성을 존중하는 수평적인 분위기 조성은 물론 일과 생활의 균형, 가정의 안정을 중시하고 있다. 직장과 가정이 안정됐을 때 모든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정기 채용과 인력 공백 발생 시 수시채용을 통해 인재 선발에도 나서고 있다.

 

박주용 케이씨 총괄 부사장을 비롯한 기업 임직원은 최근 영암군을 찾아 고향사랑기부금 1200만원을 기탁했다. 대불산단 입주 기업으로는 최초로 영암군에 고향사랑기부금을 기탁하기 위해 영암군청을 방문했다. 부임 이후 회사의 미래 발전을 위해 체질개선과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주용 총괄 부사장은 “최고의 제품 개발을 위한 혁신,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 개발을 통해 케이씨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며 “국내 유일하게 국가 안보 자원을 생산하면서 세계 시장 속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각오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암=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