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함께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차이가 크다. 금액과는 무관하게, 아름다운 작품을 곁에 둔다면 누구든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컬렉팅’은 결코 소비하는 행위가 아니다. 돈을 많이 들여 비싼 예술 작품들을 사들일 수 있다면, 그것은 단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작품의 소장인으로서 다른 사람이 넘겨받기 전까지 책임감을 갖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흥미롭게도 지난해 크리스티의 주요 경매를 살펴보면 대부분 판매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한 경매였다. 작품을 사서 보관하는 동안에는 미술관에 대여해 주기도 한다.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자체에도 좋은 의미가 담겨 있다.”
프란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회장은 경매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경계하며 순기능부터 꺼내 놓는다. 그는 프랑스 사람이지만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에서 17년을 거주했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아시아에 머무른 이유는 아시아를 사랑하고 아시아 문화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는 거래가 가장 활발한 홍콩에 두지만, 상하이 역시 거래 가능한 라이선스가 있다. 서울, 도쿄, 북경, 상하이, 타이베이, 방콕, 자카르타, 싱가포르, 뭄바이 등 총 9개의 지역 사무소를 설치했다. 전 지역을 아울러 모든 도시와 컬렉터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9월 프리즈 기간 동안 서울에서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홍콩은 거래에 최적의 환경을 지니고 있다. 자본과 인간, 물건의 흐름이 굉장히 자유로운 곳이다. 서주룽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를 포함한 다양한 미술시장의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으며, 광둥·홍콩·마카오(Greater Bay Area)와 대만의 견고한 컬렉팅 시장을 한데 아우르는 곳이다. 홍콩 미술 시장이야말로 현대 미술 시장인 셈이다. 자본의 흐름과 자유로운 출입, 활발한 물품 거래, 법의 지배, 견고한 기반의 컬렉터 토대 그리고 한데 공존할 수 있는 역사적 이점 등이 모두 존재하는 장소다. 이에 비하면 서울은 아직 몇몇 부분이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콩처럼 수입세와 부가가치세가 없는 상업 중심지를 찾기란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