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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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노총 불법집회 차단 가능성 보여준 경찰의 원칙 대응

경찰이 오랜만에 제 역할을 했다. 민노총이 그제 서울 도심에서 노조원 2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뒤 집회 종료시간(오후 5시) 이후에도 시위를 이어가려 했지만, 경찰의 세 차례 해산 명령을 받고 멈췄다. 지난달 16∼17일 서울 도심 노숙집회 때 경찰 명령을 무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 뒤 오후 7시쯤 청계광장에서 건설노조원 600여명이 최근 분신한 건설노조 간부의 분향소 천막 설치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경찰의 제지로 실패했다. 경찰관을 폭행한 노조원 4명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번 사례는 경찰이 의지를 갖고 불법집회에 정면 대응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현장 대책회의에서 “불법집회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6년 동안 중단됐던 불법집회 해산 훈련을 재개해 민노총 지도부를 압박했다. 민노총이 스스로 야간집회를 포기한 것은 경찰의 강도 높은 대응이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 민노총 불법집회로 인한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건 결국 엄정한 공권력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준다.

문재인정부는 민노총이 불법 집회를 할 때마다 엄정 대처를 천명했지만 말뿐이었다. 당시 경찰개혁위원회는 “사소한 불법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말라”고 권고했고, 경찰이 피해를 보더라도 소송은 자제하라고 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민노총 집회에서 시위 진압용 물대포에 쓰러져 1년 뒤 숨진 백남기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 4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이러니 경찰은 눈치를 봐야 했고, ‘무소불위’ 민노총은 법 위에 군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컸던 이유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불법망루 농성 진압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데 대해 “다시 야만의 시대, 폭력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고 노조만 두둔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그 노조원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경찰들이 부상당한 건 상관없다는 건가. 불법 집회 근절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일관성 있는 공권력 집행이 중요하다. 윤석열정부는 공권력이 법을 엄격히 집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정당한 공권력 집행 때 불거질 수 있는 경찰의 법적·경제적 책임을 덜어 주는 게 시급하다. 민노총은 이제 고립만 심화시킬 불법 과격 시위와 집회를 중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