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정유정 휴대폰엔 친구 연락처·다른 이와 연락 주고받은 흔적 없어”

손수호 변호사 CBS 라디오 출연해 “사회와 단절. 중요한 건 왜 살인 충동 느꼈는지 원인·배경 찾는 일” 강조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왼쪽)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의 휴대전화에서는 친구의 연락처도, 다른 이와 연락을 주고 받은 흔적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찰이) 정유정의 휴대전화 이용 내역을 봤더니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게 사실상 없었다. 사회와 단절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유정은 고교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 없이 쭉 5년간 무직으로 지냈다”며 은둔형 외톨이였던 정씨의 범행 동기에 주목했다.

 

아울러 “그러다 보니까 사회와 단절돼 자신만의 관심 분야, 범죄물에 빠져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는 수천번, 수만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고 그 상상을 이번에 어떤 계기에서든 현실에서 실행하게 됐다”며 “중요한 건 도대체 왜 정유정이 살인 충동을 느꼈냐, 그 원인과 배경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정씨에게 ‘영어 콤플렉스’가 있었고, 이런 탓에 범행 대상으로 명문대 출신 인기 영어 과외강사가 지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부산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어 실력이 좋지 못하다”라며 “딱 중학교 3학년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평소 범죄소설 등에 심취해 있던 정씨가 범행 타깃으로 ‘영어 과외교사’를 선택한 이유가 자신의 ‘영어 콤플렉스’ 때문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 24일 과외 중개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을 ‘중학생 학부모’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 A씨(20대)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이틀 후인 같은 달 26일 오후 5시40분쯤 ‘영어 과외 시범수업’을 받겠다며 부산 금정구 소재 A씨의 집을 찾아가 흉기로 그를 살해했다. 이때 정씨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교복을 입고 중학생 행세까지 했다. 

 

범행 직후 정씨는 마트에서 흉기와 락스, 비닐봉지 등을 구입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대형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챙긴 뒤 A씨 거주지로 돌아가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 일부는 가방에 보관했다.

 

범행 사흘 뒤인 27일 오전 0시50분쯤 정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시신 일부가 담긴 여행용 가방을 택시에 싣고 평소 산책하러 자주 가던 경남 양산의 낙동강 변 풀숲에 버렸다.

 

당시 정씨를 태운 택시기사가 새벽에 여성 혼자 혈흔 묻은 가방을 끌고 풀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범행이 발각됐다.

 

경찰이 정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그는 범행 세 달 전부터 인터넷에 ‘살인’, ‘시체없는 살인’ 등과 같은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도서관에서 다수의 범죄 관련 소설을 빌렸는가 하면, 평소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잔혹범죄를 학습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 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라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1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정씨가) 피해자의 신분 탈취를 위해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은둔형 외톨이가 다 살인범이 되느냐, 그렇지 않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오히려 본인 자신에게 훨씬 위험한 행위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정유정의 핸디캡이 5년간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못하다 보니까 아마 영어를 못해서 내가 사회생활을 못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면서 “결국 과외 앱에서 피해자가 아주 유능한 영어 선생님, 그러니까 일류대를 나온 영어 선생님을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