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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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공분 산 선관위 ‘아빠 찬스’…국정조사로 이어질까 [한주의 여의도 스케치]

정치는 말이다. 언론은 정치인의 입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누가, 왜 이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는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적잖이 공을 들인다. 하여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지향점이 보인다.

 

이번 주 정치 분야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아빠 찬스’ 의혹을 다룬 뉴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3일 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의 주간 이슈(5월29일~6월2일)를 보면 선관위 고위직 간부 자녀들의 선관위 특혜 채용 의혹과 선관위의 자체조사 결과 발표,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감사원과 선관위의 충돌 소식 들이 집계 순위에서 상위권에 기록됐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2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에게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뉴시스

박카인즈에 따르면 5월31일에는 <선관위, '자녀 특채 의혹' 확산>을 다룬 기사가 120건으로 전체 1위, 6월1일에는 <선관위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153건으로 전체 3위, 6월2일에는 <선관위 간부 4명 자녀 '아빠 소속 선관위' 경력 채용>이 99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청년위원회 발대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노태악 선관위원장과 위원회는 이제 꼼수를 그만 부리기를 바란다”며 “근무를 세습하는 못된 짓을 구조적으로 하는 조직이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에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 관련 감사는 각 기관에서 실시하게 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는데 김 대표의 발언은 이를 겨냥한 것이다.

 

김 대표는 “노 위원장이 이 사태를 책임지고, 이제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다”며 노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감사원도 입장자료를 통해 “국가공무원법 17조는 선관위의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면서 “행정부(인사혁신처)에 의한 자체적인 인사감사의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헌법적 관행이라는 선관위 설명에 대해서도 2016년과 2019년 선관위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점을 들며 선관위가 감사원으로부터 인사업무에 대한 감사를 지속해서 받아왔다고 맞섰다.   감사원은 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감사원법 조항을 근거로 선관위를 상대로 고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감사원은 “선관위는 감사대상에 해당하지만 그간 선거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 온 것”이라면서 “정당한 감사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원법 제51조의 규정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 연합뉴스

김예령 대변인은 논평에서 “애당초 자격이 없었던 노 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감사원 감사를 계속해서 거부할 경우 국기문란의 죄를 물어 감사원법에 따라 고발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주주의 꽃을 피우랬더니 꽃을 꺾어버렸다”며 “선관위에 부여된 독립성은 중립성과 공정성이 전제될 때 부여되는 신성한 권한”이라고 꼬집었다.

 

선관위는 신뢰 회복을 위한 인사제도 개선과 조직 혁신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여기에는 정무직 인사검증위원회 설치, 비다수인 대상 경력 채용 폐지, 면접위원 100% 외부 위촉 등이 포함됐지만 ‘반쪽짜리 쇄신안’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관위. 뉴스1

여야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선관위를 대상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상중이어서 6월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천종·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