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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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양육비 청구 가능한 경우 [알아야 보이는 법(法)]

이경진 변호사의 ‘슬기로운 가정생활’

비양육친이라도 미성년 자녀에 대해 부양의무를 부담합니다. 협의이혼 당시 당사자 간 합의된 양육비가 있거나 이혼 소송을 통해 정해진 양육비가 있다면 이를 토대로 미이행된 양육비 청구 소송을 하면 됩니다. 다만 이는 양육비 채권이 이미 발생해야 하며, 민사상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그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비양육자인 상대방이 아무리 괘씸해도 10년이 지난 과거 양육비는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혼을 한 부부 사이에 위와 같이 협의나 법원의 심판에 의해 양육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년간 받지 못한 채 홀로 자녀를 양육해왔다면 어떨까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대방에게 구체적인 지급 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합니다(2011. 8. 16.자 2010스85 결정). 즉 과거 양육비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받지 못한 양육자는 10년이 지났을지라도 상대방에게 얼마든지 전부를 일시에 청구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당사자는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참고로 상대방이 지급했어야 할 적정 양육비를 확인하고, 미지급된 기간을 계산해 청구하면 됩니다. 만약 자녀가 아직 미성년자라면, 지금까지 받지 못한 과거 양육비와 동시에 앞으로 받아야 할 장래에 대해서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쪽의 양육자가 양육비를 청구하기 이전 과거 양육비 모두를 부담시키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했던 양육비를 일시 부담하게 되어 가혹한 처지에 놓이고 신의성실이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과거 양육비 청구에 대해 “반드시 이행청구 이후 양육비와 동일한 기준에서 정할 필요는 없고, 부모 중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 그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다액의 특별한 비용인지 여부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 이경진 변호사의 Tip

 

‧ 이혼 소송을 통해 양육비 판결을 받았을지라도 10년의 소멸시효를 유념, 완성되기 전에 채무자에게 독촉하고 이에 관한 증빙(문자 메시지 등)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 협의이혼을 했다면 가정법원은 2009년 8월부터 이혼을 하려는 당사자 간 양육비 부담에 관한 협의 내용을 확인하는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양육비부담조서 자체가 집행권원이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받지 못한 양육비를 계산해 채무자의 급여채권 압류,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대한 경매 신청 등의 강제집행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 양육비를 받지 못하였을 때 가사소송법상 마련된 이행명령 등의 법적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합니다. 이행명령 결정과 감치결정을 받아야 양육비

이행법상의 명단 공개와 운전면허 정지, 출국 금지, 형사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