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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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무섭다, 나 좀 찾아줘"…22년전 대구 실종 여중생의 구조요청

2001년 12월 대구에서 실종된 김기민(왼쪽)양과 민경미양. 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22년전 대구에서 실종돼 현재까지 생사를 알 수 없는 여중생들이 성매매 업소에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3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선 미제 사건인 ‘대구 여중생 실종사건’을 재조명했다.

 

해당사건은 지난 2001년 12월 8일 김기민(당시 15세) 양과 민경미(당시 15세) 양이 대구광역시 서구 북부정류장에서 실종된 사건이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김양과 민양은 대구에서 소위 ‘얼짱’으로 통하며 미모가 뛰어나 인기가 많았다. 이후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노래방에 가며 평범한 생활을 했는데 실종 당일 이후 두 사람의 행방 및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건 전날인 12월 7일 김양과 민양은 대구 팔달시장 오락실, 분식집, PC방 등에서 시간을 보냈고 자정 무렵 택시를 탔다. 민양의 당시 남자친구는 민양이 지역번호 053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걸어와 무사 귀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확인해 보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 수사결과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북부정류장에 하차했으며 김양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당시 북부정류장은 심야에 운행하는 버스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민양과 김양이 청소년이었기에 단순가출로보고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 민양의 어머니는 “당시 만 15세면 아동이 아니기 때문에 실종신고가 아니라 가출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민양과 김양이 실종된지 보름정도 됐을 무렵 김양의 모친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수화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 나 좀 살려줘! 살려줘!”라고 소리치며 지금 부산역에 있다고 말한 후 끊어졌다. 전화를 끊자마자 어머니는 부산역으로 달려갔지만 끝내 김양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 했다.

 

사건 발생 이듬해 3월경 실종 후 연락이 끊겼던 민양은 당시 유행했던 PC 온라인 채팅 플랫폼 세이클럽에 접속해 한 친구에게  “친구야, 무섭다. 나 좀 찾으러 와줘”라는 메시지를 남기자마자 대화방을 나갔다.

 

그 두 차례에 짧은 구조 요청이 두 사람으로부터 온 마지막 연락이었다.

 

이에 대해 신박진영 전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너무나 유사한, 그때 봤던 그런 만행들이다. 시대상으로 보면 성매매 업소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너무 높아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윤서 부산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소장은 “성매매 여성 10명에게 전화했을 때 3~4명은 ‘나 어렸을 때 그렇게 해서 집결지에서 처음 일했다’고 하더라”며 “아는 오빠가 차를 가지고 와서 같이 놀다가 나를 데리고 갔고 어딘지 모르는 곳에 내렸더니 거기가 집결지였다”고 전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는 “학생 둘이 만약 살해당했다고 한다면 시신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정황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아서 어딘가에 아직은 살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