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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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매달 260만원 준다는 잉글랜드 기본소득 실험… 과거 실험 결과는 [이슈+]

‘기본소득’ 논의가 재점화됐다. 잉글랜드에서 2년간 매달 260여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 계획이 발표되면서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이다. 사회보장제도의 부족함을 해소해줄 정책이라는 기대 하에 일부 선진국에서 제한적으로 실험이 진행돼왔다. 현실적인 여건상 모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주는 것이 어려운 만큼 기본소득의 진정한 효과를 알아볼 수 있는 실험은 지금까진 거의 없는 상태다. 잉글랜드가 하겠다는 실험도 이 같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6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 싱크탱크 오토노미는 잉글랜드 북동부와 북런던 두 지역에서 각각 15명씩 총 30명을 뽑아 기본소득의 영향을 살펴보는 실험을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참가자는 지원자 중 무작위로 뽑는다. 다만 20%는 장애인으로 채운다. 기본소득 실험에 선정된 이들이 매달 받는 금액은 1600파운드로 한화 약 260만원 수준이다. 오토노미는 이번 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이 개인의 소비와 건강, 안정감 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핀란드의 실험, 고용률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기본소득이 여러 나라와 학계의 큰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2010년대부터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발생한 빈부 격차를 기존의 선별적 복지로 해결하기 쉽지 않자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기본소득의 핵심은 ‘모두에게’ ‘조건 없이’ ‘꾸준히’ 지급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기본소득이 근로의욕을 높여줄 것이라고 본다. 월급보다 적은 기본소득만으로는 생활을 영위할 수 없기에 기본소득을 받으며 플러스알파(+α)를 위해 구직을 활발히 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기반한 기본소득 실험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가장 유명한 실험은 북유럽 복지국가 핀란드에서 실시됐다. 핀란드는 국가 단위로는 처음으로 2017~2018년 2년간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매달 560유로(약 78만원)를 주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기본소득의 고용 효과는 미미했다. 기본소득을 받은 실험군은 기본소득을 받지 않았을 때보다 1년 기준 6일을 더 일하는 데 그쳤다.

 

다만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확인됐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받은 실험군은 대조군보다 본인들의 삶에 더 만족했고 우울증이나 슬픔, 외로움 등의 부정적 감정을 상대적으로 덜 경험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빈곤율 일부 완화, 노동시장 참여 효과는 ‘글쎄’

 

미국에선 알래스카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두에게’ ‘조건 없이’ ‘꾸준히’라는 조건을 충족한 기본소득 실험을 하는 곳이다. 알래스카주가 이 같은 실험을 할 수 있는 건 자원은 많고 인구는 적어서다.

 

알래스카주는 “주의 자원은 주민의 소유”라는 주 헌법에 따라 1976년 석유 등 천연자원 수입 일부를 활용해 알래스카 영구기금(Alaska Permanent Fund)을 조성했다. 이후 1982년부터 기금 수익금 일부를 주 거주기간 1년 이상인 모든 주민에게 매년 지급하고 있다. 액수는 영구기금 실적의 5년 평균에 근거해 결정된다. 대략 매년 100만~250만원 수준으로 지급된다.

 

마이클 하워드 전 메인대학교 교수는 영구기금이 알래스카의 빈곤율을 2011~2015년 5년간 2.3% 낮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알래스카주에 사는 원주민 빈곤을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영향은 핀란드 실험과 마찬가지로 별 효과가 없었다. 하워드 교수는 “노동공급에 대한 유의미한 효과는 없었다”고 했다.

경기도청 신청사. 경기도 제공

◆전 세계 77곳서 진행 중…경기도도 청년기본소득

 

사회복지정책 중 최대 화두로서 기본소득 실험은 핀란드와 알래스카주 이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시행됐거나 시행 중이다. 독일, 스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스탠퍼드대 기본소득 연구소(Basic Income Lab)에 따르면 전 세계 79곳에서 기본소득 실험이 완료됐고, 77곳이 진행 중이다.

 

이중엔 경기도가 진행 중인 청년기본소득도 포함돼 있다. 경기도에 사는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씩 최대 4분기 동안 지급해주는 제도다.

 

경기연구원 유영성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정책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긍정적 정책효과를 보이는 항목이 대다수며 부정적 정책효과를 보이는 극소수였다”며 “청년기본소득은 정책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