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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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경의행복줍기] 성공한 재테크

우리는 ‘성격이 운명’이란 말을 자주 쓰고 생활 속에서 절절히 실감하기도 한다. 재테크 노하우도 성격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성실하지만 융통성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 친구 A의 재테크 방법은 오직 은행 이용이다.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 나는 예금 이자를 비교하지도 않고 집 가까운 은행만을 이용한다. 가끔 은행에서 단골 고객에게 주는 치약, 칫솔이나 주방세제를 받을 때마다 A는 행복해한다. 그 은행에서 몇 년 전부터 연말이 되면 A의 이름 석 자가 또렷이 새겨진 빨간 수첩을 선물한다. 금박으로 은행 이름이 새겨진 수첩 앞면에 개인의 이름이 쓰여 있다는 게 경이로웠지만 무엇보다 돈의 규모보다 몇십 년을 꾸준히 이용한 단골 고객을 우대하는 은행이 멋져 보였다.

‘재기발랄하지만 산만하다’라는 말을 학창시절부터 들어 온 친구 B의 재테크 원칙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이다.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재테크를 한다. 주식과 적립식 펀드, 그리고 예금 이자가 높은 곳을 찾아다닌다. 주식은 오직 국내 우량주인 OO전자 주식 하나만 매수하며 국내 상위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진 적립식 펀드만 가입한다. 증권회사 담당 직원이 수익성 높다며 개별 종목을 추천할 때마다 B는 정중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지만 단 한 번도 새로운 종목을 매수한 적이 없다. B는 정기예금에 가입할 때마다 야무지게 이자를 비교·분석한다. 새마을금고나 신협의 특판 정기예금을 잘 찾아낸다. 매번 경영평가 등급을 확인하고 한자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영업을 했는지를 직원에게 반드시 물어본다. 정기예금은 주거지와 상관없기 때문에 B는 서슴없이 기차를 타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B는 자신이 너무 돈을 쫓아다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래서 B는 마음을 바꿨다. 높은 이자를 위해서 낯선 곳을 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그래서 미리 맛집과 근처 관광지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실제로 방문한다. 덕분에 설렘도 있고 여유도 생긴다. 어느 날 B와 통화를 했는데 운길산역 근처 ‘물의 정원’에 양귀비꽃이 환상적이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남양주시 어느 곳에 특판 정기예금이 나온 모양이지만 B는 짧은 여행도 살뜰하게 즐기고 있다.

‘신중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다’라는 말을 듣는 친구 C는 ‘가장 안전한 건 실물이다’라는 신념으로 작은 오피스텔을 구입한다. 미래가 불확실하면서 가격이 비싼 신규 분양은 받지 않고 주로 원룸이면서 어느 정도 연식이 되어 월세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오피스텔을 구입한다.

이렇듯 세 친구의 재테크 노하우는 각기 다르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맞는 자신의 방식대로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그들은 매달 어려운 국외와 국내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6만원으로 3명의 어린이를 후원했지만 지금은 10명을 후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늘려갈 계획을 갖고 있다. 성공한 재테크란 우선 마음이 편하고 일정 금액 남을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내놓고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것. 세 친구를 보면서 이런 결론을 내려 본다.


조연경 드라마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