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식약처가 바르는 유전자치료제인 ‘뷰벡’을 승인했다. 콜라겐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서 심각한 수포가 발생하는 피부 질환인 이영양성 수포성 표피박리증 치료제다. 정상 콜라겐을 피부에서 만들어 내도록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입술 등에 흔히 수포를 유발하는 단순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매개체로 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치료법이다.
유전자치료제라니! 1990년대에 ‘가타카’라는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전율과 두려움이 떠오른다. 태아 유전자를 조작해서 가장 이상적인 인간이 태어날 수 있는 미래가 배경이다. 유전자 조작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태어난 ‘부적격자’가 열등한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완벽하게 태어난 ‘적격자’의 신원을 도용해 꿈을 이루어 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의 성공을 가슴 졸이며 응원하였지만 다른 한편 그런 미래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했던 것 같다. 그런 미래가 오는 것인가? 이론적으로 유전공학은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수정란의 유전자 조작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소설적인 미래와 달리 우리가 사는 오늘 우리의 주변에는 유전자의 이상으로부터 초래되는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가 있다. 먼저 언급한 뷰벡은 전신화상과도 같은 고통을 선천적으로 안고 태어난 어린아이와 그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피부 유전자치료제보다 더 국내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일 것 같다. 한 번의 주사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동신경을 평생 살려 내는 이 치료제는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치료 효과보다 20억원이라는 가격이 더 놀랍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또 없을까? 필자가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카티세포 치료제도 유전자치료제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앞의 두 가지는 고장 난 유전자를 고치는 치료제라면 카티세포 치료제는 면역세포에 유전자를 넣어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슈퍼 파워를 부여하는 치료법이다.
놀랍게도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는 여기서 끝이 아닐뿐더러 더 이상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한 치료제가 아니다. 미국 식약처에만 29개가 승인되어 있다. 혈우병 환자는 비싼 혈액응고제를 반복적으로 맞아야 했지만 근치적인 유전자치료법(HEMGENIX)이 미국에서 지난해 11월에 승인되었다. 한 번 주사로 출혈의 고통 없이 살 수 있는 길이 일부 혈우병 환자에게 열린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는 것 같다. 350만달러라니 현재 환율로 45억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유전자치료제는 기존의 바이오의약품과 달리 질병의 근원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나 환자에게 꿈과 같은 치료제다. 현재 바이오의약품 절대다수는 항체를 비롯한 단백질 의약품으로 체내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사가 되기 때문에 반복적 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유전자치료제는 대부분 1회 치료로 심지어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혁신 치료법이다. 유전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른 정상 유전자의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존재하기 때문에 개발에 매우 엄격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유전자치료법을 개발하는 질환은 대부분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매우 중대하고 치료가 시급한 질환으로, 치료제의 개발이 지연됨으로써 발생하는 환자의 피해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카티세포 치료제의 경우 보통 생산은 2주 이내에 가능하지만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으로 인해 안전성 검사에 한 달 이상이 소요되어 그동안 환자가 사망하기도 한다.
유전자치료제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우리도 참여할 수 있는 거대 사업이기도 하다. 한 방에 수십억원이라고 하지 않는가? 한 외국계 제약사의 혁신 고혈압치료제 매출이 국내 최고의 바이오기업 매출액보다도 높다고 한다. 규제도 풀고 연구와 투자도 서둘러서 우리나라에서 혁신 유전자치료제가 속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