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아동·청소년 자살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초등학교 시기부터 발달 단계에 맞춘 예방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초등학교가 10곳 중 3곳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월에만 10대 여중생들이 서울 한남대교에서 동반 자살을 시도하고, 서울 강남구에서는 10대 학생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자살 문제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상황이다.
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초등학교 6162곳 중 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609(26.1%)곳뿐이었다.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초등학교는 10곳당 2.6곳꼴로, 중학교(50.7%)와 고등학교(52.2%)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았다.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뽑는 초중등 전문상담교사는 246명으로, 교사 정원 감축으로 지난해(801명) 규모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통계청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에 만 0∼17세 아동·청소년 중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명당 2.7명이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초·중·고에 배치되는 상담교사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은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국가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한 상담심리·교육 분야의 전문가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며, 위험군을 발굴해 사고를 예방한다.
하지만 학교 상담 현장에서 근무 중인 상담교사들은 청소년 자살 등을 막기 위한 ‘예방상담’이 어려운 현실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가 함께 변화하기 위해서는 초등 시절부터 상담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상담교사로 근무 중인 김모씨는 “중등 상담의 핵심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 ‘해결’이 초점이라면, 초등 상담의 핵심은 ‘예방’”이라며 “부모와 유착 관계를 형성하는 초등학교 시기에 상담이 이뤄질 때 아동과 학부모 모두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찬 한국전문상담교사협회장도 “미국은 초등 상담을 중시해서 갈등 해결, 감정 조절에 중점을 둔 예방적 상담을 진행한다”며 “학생이 상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에 갔다는 이유로 상담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통합지도를 하기 때문에 상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중·고등학교 상담 수요가 더 커서 상담교사를 우선 배치했다”면서 “하지만 교육부도 최근 학교폭력과 극단적 선택 이슈 등 상담교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국가직 공무원 채용 규모를 확정하는 행정안전부에 상담교원 정원 증설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초기 불안·우울 문제는 교내 상담으로 예방할 수 있고, 초등 시절 교내 상담을 통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발달장애 등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정신과)는 “아동기 불안장애는 청소년기 이후의 우울증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고, 아동기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만성화하면 치료하기 더 어렵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초등학생은 자아 개념과 교우 관계를 형성하는 등 사회성 발달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아동기 전문상담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에서는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