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이 기사식당
스무 살 만화가가 꿈이었을 때 집에서 군자를 지나 화양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평소엔 중랑천변 길을 애용했지만 종종 날씨가 좋을 때면 새로운 길을 찾아 골목길 사이사이로 모험하듯 가는 걸 좋아했다. 눈에 담는 걸 좋아해서 익숙하지 않은 길에 서서 그 동네 풍경을 그저 바라보는 걸 즐겨 하며 꽤 마음에 든 곳들은 쪼그려 앉아서 잠깐이나마 스케치를 하고 가기도 했었다. 그 좋아하던 골목길에서 아직도 변함없이 2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뽀빠이 기사식당’이 위치한 중곡역 옆 가로수길은 높은 건물이 없고 저 멀리 중랑천변의 높은 하늘이 보여 기분이 시원해지는 곳이다.
오랜만에 찾은 ‘뽀빠이 기사식당’은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서인지 자리가 드문드문 비어 있었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었다. 40년 전 건물이 들어설 때부터 영업을 시작했던 이곳은 어머니에서부터 아들에게까지 2대째 이어지는 중곡동의 노포다. 벽에 오랫동안 단골들의 사랑을 받으며 적힌 사인들이 꽤 정겹게 느껴진다. 아직 더워지기 전이라 활짝 열어 놓은 문 너머, 가로수 풀 향이 느껴지는 바람이 선선하게 들어온다. 이 길은 항상 햇살이 좋았던 기억이 났다. 주방 이모의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낮술을 즐기는 동네 주민들의 대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소주 한 병을 시킬 뻔했다. 오래된 가게에서 오는 정취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마케팅이 필요 없는 무기다.
뽀빠이 기사식당의 주력 메뉴는 돈가스와 보쌈정식, 육개장. 옛날에는 설렁탕도 판매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옛날 돈가스 열풍이 불어 다시 젊은 세대의 방문이 잦아졌다고 한다. 기사 식당답게 주문과 동시에 빠르게 음식이 나오는데 가격은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지만 나오는 양을 보면 그리 비싸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기사식당은 말 그대로 운전기사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음식 값이 싸고 간편하며 빠르게 나오는 장점이 있다. 양이 많고 음식의 종류가 많지 않아 손님들의 메뉴 선택 고민을 줄여 준다. 주 고객이 남성이기 때문에 주 메뉴도 제육, 불고기, 돈가스, 국밥 등 빠르고 양이 많으며 맛이 기본으로 잡혀 있는 것으로 포진되어 있다. 지역마다 유명한 기사식당들이 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특별한 맛집보다는 기사식당을 찾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돈가스와 보쌈
둘이서 오면 보쌈정식과 돈가스를 시켜 나눠 먹는 경우가 많다. 돈가스에는 수프가 함께 나오는데, 요즘에는 장국이 나오는 곳이 많은지라 넓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따뜻하게 그득 나오는 크림 수프는 빈속을 달래기에 적절하기 그지없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돈가스는 커다란 타원형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온다. 마치 중세시대 은 식기에 담겨 오는 푸짐한 스테이크를 보는 것 같다. 한입 썰어 먹어 본 돈가스는 분명 수제가 틀림없었다. 공산품 돈가스는 고기와 튀김 옷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결착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곳은 그런 기교 없이 순수하게 힘으로 고기, 밀가루, 빵가루를 누른 흔적이 느껴졌다.
맛은 내가 어릴 적 먹던 그 맛이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며 뜨거운 튀김 옷을 진정시키듯 듬뿍 뿌려져 있는 소스가 이젠 집에서도 쉽게 먹어 볼 수 있는 그 돈가스의 맛이다. 곁들여 나온 양배추 샐러드에는 사우즌드아일랜드 드레싱과 케첩이 뿌려져 있다. 고명으로 올린 마카로니에서는 작은 정성마저 느껴진다. 보쌈은 식어도 야들야들하다. 보쌈 백반을 시키면 나오는 우거지된장국, 보쌈김치, 꽤 양이 많은 삼겹 보쌈과 쌈채소들을 보고 있자면 가격이 조금 미안할 정도다. 직접 담근 김치는 차고 단맛이 돈다.
#우리의 돈가스
돈가스는 우리나라 음식일까? 난 이제는 맞다고도 생각한다. 포크커틀릿, 슈니첼, 코르동블뢰, 돈카쓰 등 각 나라마다 있는 이 비슷한 튀김 메뉴들은 태어난 시기가 다르지만 분명히 연관성을 띠고 있다. 난 우리의 돈가스도 뒤늦게 한국 정서에 맞게 개발된 우리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고기 튀김이 우리나라에서 늦게 등장한 이유는 고기가 귀한 것도 있었지만 먼저 튀김이라는 조리법이 조선시대까지도 귀한 조리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튀김용 기름을 재배하기에는 유쾌한 환경이라 말하기 어려웠던지라 요리용 기름이 귀했다. 그래서 튀김 요리보다는 기름을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하는 전 요리들이 많다.
1960년 한국에 경양식 레스토랑들이 생겨난 뒤부터 일본을 통해 돈카쓰가 도입된다. 일본의 돈카쓰를 두들겨 넓게 펼쳐 양을 늘리고 소스는 찍어 먹기보다는 적셔 먹게끔 듬뿍 뿌려 개량한 음식이 우리의 돈가스이다. 단무지보다는 깍두기를 곁들이고 고봉밥과 함께 상에 올려 우리 정서에 맞는 푸짐함을 더한 꽤 품격 있는 메뉴로 시작했다. 외형으로 보았을 때 돈가스는 일본의 돈카쓰보다는 서양의 포크커틀릿과 더 닮아 있다.
■주먹밥을 채워 넣은 치킨까스
<재료>
닭가슴살 1개, 체더치즈 1장, 쌀밥 50g, 간장 10㎖, 참기름 약간, 참깨 약간, 튀김기름 1ℓ,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밀가루 30g, 계란물 30㎖, 빵가루 30g
<만들기>
① 쌀밥을 다진 체더치즈, 간장, 참기름, 참깨와 버무린다. ② 닭가슴살을 넓게 펼친 후 소금, 후추를 뿌린다.③ 펼친 닭가슴살에 주먹밥을 채워 돌돌 만 후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를 입힌다. ④ 달군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