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내에서 쓰레기 수거용 트럭에 치여 숨진 재학생 A(21)씨를 추모하는 발길이 8일 이어지고 있다.
이날 동덕여대 등에 따르면 춘강학술정보관과 율동기념음악관 사이 길목에 마련된 추모 장소에 국화가 가득 쌓였고 추모 메시지 여러 장이 붙었다.
A씨가 다니던 학과의 학생회가 설치한 것으로 알려진 추모 공간에는 ‘안전해야 했을 길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부딪히겠다’, ‘부디 편안한 곳에서 쉬기를 희망한다’ 등 학생들이 남기고 간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앞서 사고는 지난 5일 오전 8시50분쯤 이곳에서 발생했다.
교내 언덕길을 내려오던 쓰레기 수거 차량에 치인 A씨는 사고 직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뇌사 판정이 내려졌으며, 치료를 받던 중 7일 오후 7시20분쯤 사망했다.
차량 운전자인 학교 미화원 B(81)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입건했던 경찰은 A씨의 사망에 따라 혐의를 치사로 바꿔 적용할 방침이다. B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와 해당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인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차도와 인도를 구분해 만들어달라는 건의를 했었다’며 학교 측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내 한 게시판에는 ‘학생들이 안전의 위협을 느끼며 학교에 안전 보장을 요구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는 내용의 대자보도 붙었다.
대자보에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미화직원분들이 손수레로 쓰레기를 옮기라고 내린 지침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학교는 약속해야 한다’고 적혔다.
학교 측은 안전 관련 민원이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계단을 도로 한쪽에 마련하는 등 정비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정비를 거쳐 계단을 놓고 주차구역이던 곳의 선을 지우는 등 개선 작업으로 학생 안전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말할 수 없이 비통한 심정”이라며 “사랑하는 딸을 잃은 부모님을 비롯한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학생 안전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대학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며 “유사 사고가 향후 발생하지 않게 교내시설을 긴급 점검하고 안전한 캠퍼스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장례 기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겠다는 학교 측 입장대로 8일 오후 본관 앞에는 또 다른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