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5개월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석방 하루 만인 8일 출근했다. 유족과 취재진을 피해 아침 일찍 등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유족들은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면담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저지하는 직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용산구청에서 박 구청장을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했다. 박 구청장이 몰래 출근했다는 소식을 들은 유족들은 오전 8시18분 면담을 요구하며 구청장실로 향했다. 구청 직원들이 이들을 저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족들은 “즉각 사퇴하라”며 항의했으나 구청장을 보지 못했다. 이들은 구청장실 문에 ‘사퇴요구문’을 붙인 후 오전 8시50분 돌아갔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박 구청장은 참사 직후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으며 어제는 구치소를 나서는 길에 사과 한마디 없이 줄행랑쳤다”며 “공직자로서 자격도 능력도 없는 박 구청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의 변호인은 앞서 이달 초 보석 심문에서 “(구청장이) 불면과 악몽, 불안장애,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건강 악화로 치료받고 있다던 박 구청장은 이날 바로 업무에 착수했다. 용산구 측은 박 구청장이 언제, 어떻게 출근했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보석 석방을 요청한 박 구청장이 바로 복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박 구청장은 여전히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재판에 출석해야 해, 당분간 구정 난맥상이 풀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태원 유족들은 앞으로 출근 시간대 구청을 찾아 박 구청장의 출근 저지를 위한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