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3살 어린이 등을 상대로 칼부림을 저지른 범인을 백팩으로 저지한 남성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남동부의 소도시 안시에서 벌어진 칼부림 난동 당시 한 젊은 남성이 등에 들고 있던 백팩을 휘둘러 범인을 제압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화제다. 범인이 그에게 칼을 내리치려 하는데도 남성은 아랑곳 않고 백팩을 휘두르며 맞섰다. 영상에는 남성이 풀밭을 가로질러 도주하는 범인을 뒤쫓는 장면도 담겼다.
이 남성은 올해 24세의 ‘앙리’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졌다. 프랑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고마워요 앙리’라는 뜻의 해시태그(#MerciHenri)가 유행하고 있다.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총 6명이 부상한 사건 발생 직후 붙잡힌 범인을 “비겁한 공격자”로 규정하고 비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함께 안시를 방문했다.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소방관, 응급 의료진 등이 격려를 받은 가운데 앙리도 일행 속에 끼어 있었다. 끝내 전체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그는 마크롱 대통령으로부터 “대단한 용기를 발휘했으며 우리에게 살아갈 희망을 줬다”는 칭찬을 들었다. 앙리는 “순간적인 본능에 따랐을 뿐”이라며 “기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살면서 많은 트라우마를 겪어왔다”고 소개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앙리는 그가 9개월 일정으로 계획한 프랑스 대성당 순례 도중이라고 밝혔다. 안시에는 16세기에 지어진 유명한 안시 대성당이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앙리는 순전히 도보와 히치하이킹으로 9개월 동안 프랑스 국내의 주요 대성당을 모두 둘러볼 예정이라고 한다. 앙리는 이번 칼부림 사건 범인도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약한 어린이들을 공격하는 것은 기독교와 무관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범인)의 내면에는 기독교 아닌 나쁜 무엇인가가 깃들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