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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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비대면 진료 초진 제한할까… 커지는 의료계와 플랫폼 갈등

정부가 이달 1일부터 △재진 △의원급 의료기관 △직접·대리 처방약 수령을 원칙으로 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세 원칙을 둘러싼 의료계와 플랫폼 업체 간 공방은 멈출 줄 모른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해외 주요국들이 재진 위주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자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최근 G7(주요 7개국) 중 6개국은 비대면 진료 대상을 초·재진에 따라 구분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8월 말까지인 계도기간 동안 현장 건의 및 불편 사항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 만큼 의료계와 산업계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양측이 전한 해외 비대면 진료 실시 현황은 코로나19 직후이거나 특정 지역·국가에 치우친 면이 없잖아 있다는 평가다. 

 

11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코로나19가 안정화한 이후 세계 주요국 비대면 진료 실시 현황을 정리한 ‘주요국 비대면 진료 현황’ 보고서를 지난달 9일 신 의원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비대면 진료를 △진료형태 △대상 환자 △제공 주체 △허용 질환 △수가 등으로 나눠 해외 각국이 어떻게 실시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엔 재진만 주로 허용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대부분 국가가 초진을 허용했다. 하지만 초진을 허용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이나 프랑스 등은 단골 의사나 주치의 의뢰를 받아 다른 의사에게 비대면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사전 대면진료를 통해 진단명을 받은 재진환자만 동일 의료기관 내에서 별도 운영하는 인터넷 병원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메디케어 비대면 진료에선 초진과 재진이 모두 가능토록 했으나 가상내원(Virtual Check-in)과 온라인 환자 포털(E-Visits) 방식은 재진만 허용하고 있다.

 

해외 각국은 비대면 진료 이후 대면 진료를 반드시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혈압, 당뇨 등에 대한 최대 약 처방 일수를 통상적으로 1∼2개월분까지만 하도록 하고 비대면 진료 횟수도 연속해서 3개월 이상 산정할 수 없도록 한다. 프랑스는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를 번갈아가면서 정기적인 사후관리를 할 것을 규정해놓고 있으며 호주는 지난 12개월 동안 비대면 진료를 받은 동일 의사로부터 최소 3번의 대면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는 “비대면 진료에서 초진을 하게 되면 환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불완전한 시진과 청진만으로 환자에 대한 질환 혹은 질병에 대해 진단 및 처방을 내려야 한다”며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는 초기 단계이므로 우선 안전성이 확보된 재진부터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제공 주체 역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제한하는 게 옳다고 봤다. 보고서는 “비대면 진료의 목적은 의료의 접근성 향상으로 이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관리해야 하는) 중증 질환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비대면 진료는 1차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병원급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