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은 음악, 성격, 유머, 케미스트리(멤버 간 관계) 등 모든 게 최고입니다! BTS 덕분에 한국을 알게 됐고 한국말도 배웠어요.” BTS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한 해외 팬의 말이다.
2013년 6월13일은 한국과 세계 대중음악계에 특별한 날이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BTS가 이날 데뷔했기 때문이다. BTS는 이후 한국을 벗어나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들이 13일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10년’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지난해 6월 단체 활동 잠정 중단, 그러고 시작된 공식 개별 활동 등으로 BTS는 물론이고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특별한 한 해다.
이를 기념하는 ‘2023 BTS 페스타’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12일 서울은 BTS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서울 곳곳에 마련된 BTS 10주년 축하 조형물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팬들이 북적였고, 어두워진 뒤에는 남산서울타워, 동대문DDP, 롯데월드타워, 서울시청 등 서울 주요 랜드마크에 보랏빛 조명과 미디어파사드로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 봉은사역 인근 한 전시관에서 열린 하이브 인사이트 사진전 ‘더 데이 드림 빌리버즈: 꿈, 마침내’는 전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BTS 팬들로 북적였다. 공항에서부터 캐리어를 끌고 달려온 2030 팬들부터 단체 관람을 온 4050 팬까지 다양한 해외 팬들이 양손 가득 포토카드와 인형 등 굿즈를 든 채 기다림의 시간마저 즐겼다.
3주 여름휴가를 내고 벨기에에서 날아온 티파니(22)와 스테파니(25)는 “2017년부터 BTS를 좋아했다. 그들이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가 위로가 된다”며 “BTS를 알기 전 한국 문화에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한국 노래·음식·드라마 모두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근처에도 많은 해외 팬들이 몰렸다. 프랑스에서 온 루치르(25)는 “방황하던 10대 때 BTS의 노래를 듣고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BTS의 10년은 전 세계 아미들은 물론 K팝과 한류에 큰 영향을 끼친 새로운 역사가 됐다.
◆BTS 10년 성공의 발자취
10년 전 프로듀서 방시혁이 ‘10대에 대한 억압과 편견을 막아 주는 소년들’로 탄생시킨 BTS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면서 열정적이고도 응집력 높은 팬덤 ‘아미’를 구축했다. 아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확산돼 대중음악 양대 산맥이라는 미국과 영국에까지 BTS라는 존재를 각인했다.
2014년 8월 BTS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케이콘 무대를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미국 본토에 알렸다. 이듬해 12월에 발표한 ‘화양연화 파트2’로는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171위로 진입했으며, 2017년 ‘DNA’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 85위로 입성했다. 2018년 ‘페이크 러브’가 해당 차트 10위로 첫 ‘톱10’ 장벽을 넘어섰다. 2020년에는 ‘다이너마이트’로 해당 차트에서 K팝 가수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이후 ‘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과 ‘라이프 고즈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도 공개 직후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빌보드는 “지난 10년간 ‘핫 100’ 1위에 가장 많은 곡을 올린 아티스트가 BTS”라고 발표한 바 있다. BTS는 6곡으로 총 17회 ‘핫 100’ 정상을 찍었다. 지난달 지민이 솔로로 발표한 ‘라이크 크레이지’를 포함하면 7곡 18회다.
앨범도 기록을 세웠다. 2018년에는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K팝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와 ‘맵 오브 더 솔: 7’, ‘BE’, ‘프루프’ 등이 정상에 올랐다.
◆글로벌 주류 된 K팝… 사회 활동도
아미의 영향력은 단순히 음원 시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세계 최대 대중음악 시장 미국의 각종 시상식에서 BTS를 호명하게 만들었다. BTS는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를 시작으로 이듬해 아메리카 뮤직 어워즈, 201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매년 수상했다. 더불어 한국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 3년 연속 후보로 지명됐으며, 메인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이렇게 BTS는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에서 서브컬처였던 K팝을 주류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BTS는 지난해 6월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대신 멤버들의 솔로 활동과 더불어 지난해 12월 맏형 진과 지난 4월 제이홉을 필두로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2025년 완전체 복귀가 목표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BTS 없이 지금의 K팝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국을 정복하면서 K팝을 브리티시 팝, 라틴 팝과 같은 하나의 거대한 장르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그 업적을 평가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BTS 멤버 모두가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복귀하는 그때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BTS는 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로 단순히 아이돌이 아니라 청년을 대표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피커’로도 활동했다.
BTS는 2017년 유니세프와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했고 2018년 9월에는 K팝 그룹 최초로 제73차 유엔총회에 특별 연사로 나서 “너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Speak Yourself)”고 연설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후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더 유엔 단상에 섰다. 2021년에는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보랏빛 물든 서울광장·세빛섬… BTS 기념 우표·다큐도 공개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 ‘2023 BTS 페스타’가 12일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면서 서울 곳곳이 축제 물결이다.
BTS 소속사인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는 12일 오전 BTS 데뷔 10주년 기념 슬로건이 걸렸다. 17일부터 30일까지 BTS 초상 그라피티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광화문 책마당, 남산서울타워, 동대문DDP, 롯데월드타워, 서울시청, 서울광장, 세종문화회관, 세빛섬, 반포·양화·영동·월드컵대교 등 서울 주요 랜드마크가 BTS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물든다.
서울 삼성역, 테헤란로, 을지로입구역, 명동 등에서는 BTS 10주년을 축하하는 옥외 광고를 15일까지 볼 수 있다.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오사카 같은 해외에서도 10주년 축하 옥외 광고가 18일까지 설치된다.
메인 행사인 ‘BTS 10주년 기념 페스타 @여의도’가 17일 서울 여의도 여의나루역 일대에서 개최된다. 리더 RM이 팬들과 만나는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와 ‘BTS 10주년 기념 불꽃쇼’(오후 8시30분) 등이 진행된다.
군 복무 중인 제이홉과 슈가의 솔로 다큐멘터리가 오는 16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한다. 13일에는 BTS 10년 역사를 담은 기념우표가 발행된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BTS 관련 서울 명소 13곳이 포함된 ‘서울방탄투어’ 지도도 만들었다.
서울시는 17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동로(마포대교 남단∼63빌딩 앞)를 전면 통제하고, 여의동로를 경유하는 23개 버스 노선은 모두 우회 운행한다. 행사 종료 시간에 맞춰 지하철 5·9호선과 신림선 운행 횟수도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