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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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색출하려고?”…‘소방서장 갑질’ 투서에 ‘실명 설문조사’ 진행

소방본부 “소속·계급·성명 안 밝히면 무효 처리” 엄포
소방관들 “계급 사회에서 갑질 신고하지 말라는 것”
전북소방본부가 도내 한 소방서장의 갑질 의혹에 대해 감찰하면서 설문조사에 실명을 기재하라고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연합뉴스

 

전북의 한 소방서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수년간 갑질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투서가 접수된 가운데, 전북소방본부가 직원들을 상대로 실명 조사를 강행해 논란을 불렀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소방청에 현직 소방서장이 수년간 부하직원들에게 갑질을 해왔다는 내용이 적힌 익명의 투서가 접수됐다. 투서에는 갑질 피해 사례와 부하직원이 받은 인사상 불이익 등이 A4용지 9장 분량으로 상세하게 담겼다.

 

전북소방본부는 즉시 해당 서장에 대한 감찰에 즉시 나섰다. 문제는 갑질 의혹이 불거진 소방서의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소방서장 갑질에 대한 실태조사’를 위한 설문을 진행하면서 발생했다.

 

‘작성 전 필독’이라고 쓰인 안내란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실명 제보를 받는다’면서 '소속·계급·성명·서명을 기재하지 않으면 해당 제보는 무효로 처리하겠다’라고 적혀있다. 사실상 갑질 피해자의 신분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소방 직원들은 경찰이나 군대와 마찬가지로 계급사회인 소방 조직에서 설문지 실명 기재 요구는 갑질 피해를 신고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속과 계급, 서명까지 요구하는 것은 제보자 색출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문철 공노총 소방청지부 전북본부위원장은 연합뉴스에 “감찰 조사는 무기명으로 해야 비밀 보장이 되는 건데 이름을 써서 제출하라고 하면 누가 신고하겠느냐”며 “신분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지금 이런 방식은 감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전북소방본부는 뒤늦게 설문지를 무기명으로 바꾸며 “제보자 색출 의도는 없었다.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실명 기재를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