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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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규제 완화·금리 안정에 청약 훈풍… ‘줍줍’도 광풍

회복세 탄 아파트 분양시장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198.7대 1
평균 경쟁률 18.8대 1… 2.25배 ↑
평택 지제역 자이 무순위 청약은
5만명 몰려 경쟁률 1만4358.5대 1
전문가 “주변 시세 검토 뒤 결정”

올해 들어 아파트 분양시장이 빠르게 회복세를 타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조치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안정세를 등에 업은 결과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원자재값·인건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청약 실수요자들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비수기인 1, 2월을 제외하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분양시장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1순위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지난 3월 5.0대 1에서 4월 9.0대 1로 높아졌고, 지난달에는 18.8대 1까지 치솟았다. 전년 동기(8.0대 1) 대비 2.25배 수준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청약경쟁률이 82.2대 1에 달했고, 미달은 1곳도 없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에서 지난 3월 분양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일반공급 98가구 모집에 2만명 가까이 몰리면서 19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충북 청주시에서 공급에 나선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도 73.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에서 청약모집을 마감했다.

 

과거 ‘줍줍’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무순위 청약에도 다시 사람이 몰리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된 전국 아파트는 모두 1992가구에 모두 19만2820명이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이 100.3대 1로, 지난해 하반기 평균경쟁률(15.5대 1)의 6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엘리니티’는 지난달 30일 계약취소 물량 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2900명이 몰려 14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튿날 열린 경기 ‘평택 지제역 자이’의 무순위 청약에는 4가구 모집에 5만7434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무려 1만4358.5대 1에 달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로 지난 3월부터 거주 지역과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국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은 누구나 무순위 청약이 가능해졌다.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초조한 마음에 성급하게 청약통장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분양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일부 단지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이른바 ‘배짱 분양’을 강행하는 사례가 있어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8.62%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6.09%, 올해는 이달 초 기준으로 벌써 17.78% 오르며 최근 들어 분양가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공사 단가 자체가 오른 영향이 크다.

결국 분양하는 단지의 입지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주변 시세와 충분히 비교 검토한 뒤 청약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경제성장률이 연 1%대에 불과한 시점인데 과거처럼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주변 시세와 따져보고 분양가가 확실히 저렴하다고 판단되는 물량을 위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무순위 청약에 사람이 몰린 것은 그만큼 분양가가 중요한 기준이라는 뜻”이라며 “무순위 청약은 2∼3년 전 분양 당시의 가격으로 공급됐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수요자가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