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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최대 2.25%P까지 벌어지나… 한은의 선택은

숨고르기 나선 Fed, 5∼5.25% 유지
“인플레 2% 목표 달성 강력히 노력”
정책방향 변화 아닌 ‘속도 조절’ 강조
위원 대다수 연말 5.75% 이상 전망
5월부터 두 차례 베이비 스텝 가능성

시장선 “파월 어조 한층 부드러워져”
금리 동결 ‘스킵’으로 표현했다 정정
‘정책 유연성 마련 뜻’ 해석 나오기도
ECB, 금리 0.25%P 인상… 8회 연속 ↑

한은, 7월 금리인상 여부 고심 거듭
원화 약세·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우려
금통위, 3.75%까지 인상 가능성 열어둬
환율 안정·경기침체 고려 동결 전망도
추경호 “금융시장 잠재리스크 철저 관리”

“목적지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조금 느리게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열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위원 18인 만장일치로 기준 금리를 5.00~5.25%로 유지키로 한 뒤 이번 결정이 정책 변화가 아닌 ‘속도 조절’임을 강조했다. 이번 금리 동결이 일시적인 조치로 향후 물가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있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그는 대신 여전히 변수가 많은 경제 상황 속에서 동결로 일단 숨고르기를 하며 향후 정책 방향을 재점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금리 동결 뒤 나온 성명에서도 연준은 “목표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추가 정보 및 이 정보의 정책 함의에 대해 위원회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강력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이 닥치자 연준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숨가쁘게 금리를 올려왔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고, 특히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 연속 파격적인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것)을 밟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이전 사실상 제로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런 공격적 금리 정책으로 급등하던 인플레이션은 한풀 꺾였지만, 대신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시작으로 중소 규모 지방은행발 위기가 닥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 2개월 만에 최소폭(4.0%)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계속되고 고용시장의 과열 분위기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연준은 정책 재정비를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단 시장에선 이번 동결 이후 하반기에도 한두 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면서 “거의 모든 (FOMC) 위원들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밝혔다. 위원들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을 보면 상단 기준 5.75% 이상을 예상한 인원이 전체 18명 중 12명에 달했다. 현재 금리가 상단 기준 5.25%인 만큼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 기준으로 2회 정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데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7월 FOMC에서 곧바로 베이비 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중이다.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위원은 없다”며 긴축 정책 종료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명확히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물가 인상률을 2% 대로 끌어내리겠다는 목표를 재차 언급하면서 “연준은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시장 내에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파월 의장의 어조가 과거에 비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재개를 기정사실화하는 단어 사용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부분도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동결을 ‘건너뛰기(skip)’라고 표현했다가 급히 정정했는데, 이는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다시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을 사전에 차단하고 그 시점의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의 유연성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오늘 FOMC에서 한 결정은 이번 회의에 관한 것”이라며 “다음 회의를 포함해 미래와 관련해서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향후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이 잠깐 숨고르기를 한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15일 기준금리를 3.75%에서 4.00%로 0.25%포인트 올리며 8회 연속 인상을 이어갔다.

 

◆한·미 금리차 최대 2.25%P까지 벌어지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하면서도 연내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포인트가 넘는 사상 최대 금리 차가 부담으로 작용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제기된다. 반면 원·달러 환율 등이 안정적인 데다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동결에 힘이 실린다는 의견도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 등 주요국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세를 더욱 굳건히 하는 한편 잠재 리스크에 대해서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국에 앞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통방회의)는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현지시간 7월25∼26일)를 약 2주 앞둔 다음달 13일에 열릴 예정이다.

비상경제금융회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연준이 위원 다수가 전망한 5.75%(상단 기준)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한은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경우, 올해 말에는 한·미 금리 차가 사상 최대인 2.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금리 차는 한은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선제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리 차 확대는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와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통방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전원은 최종 금리 수준을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리 인상을 점치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당시 동결 기조를 깨고 기준금리를 인상한 호주의 예를 들며 “한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연말 정책금리 전망 점도표 상향,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등을 통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동결 예상도 나온다. 우선 최근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점이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달 4일 FOMC 회의 이후 한·미 금리차가 1.75%포인트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4일 대비 3.19% 하락한 상태다. 금리차와 환율 연관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국내외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는 등 경기 침체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에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데이터 확인 후 (7월 인상을)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당장 한국도 3.75% 인상에 나설 단계는 아니다”라며 “대외적 여건은 3.75% 인상 가능성을 지지하지만, 실제 인상 여부는 국내 성장과 물가 경로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매파적 발언과 달리 향후 추가인상보다는 동결을 선택할 확률이 높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 경우 한은의 동결 기조에 대한 부담은 덜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