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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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아프리카 영화를 본 적이 있나요?

한·아프리카재단 제공.

 

먼저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아프리카 영화 본 적이 있는지? 아프리카 대륙에 50여 개 국가 중 어느 나라 영화든 상관없다. 기억나는 영화가 있는지?

 

아마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긴 했지만) 2022년 한국과 미국영화의 관객 점유율 합이 95.1%에 달했다. 이어서 일본 3.9%, 유럽 0.7%, 중화권과 기타가 각각 0.2%의 점유율이었다.

 

올해는 일본영화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다양한 지역의 영화가 자주 개봉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낯선 영화를 찾아보게 되지도 않는다. 필자도 영화제를 통해 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 폐막한 작은 영화제를 소개하고 싶다. 개막 전에 소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내년에도 개최될 테니, 미리 소개하는 거라 우기고 싶다. 앞 통계에서 ‘기타’에 해당하는 지역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제인데,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볼 때 느끼는 즐거움의 크기를 알기에, 늦었지만 소개하려 한다.

 

매년 열리는 영화제가 올해도 열렸다. 한·아프리카재단은 지난 5월 18일부터 6월 14일까지 ‘2023 아프리카영화제’를 개최했다. 12 나라 12편의 영화를 부산과 서울에서 오프라인으로 상영한 후, 온라인으로도 상영했다.

 

이번 아프리카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의 국적을 살펴보면, 가나,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로코, 수단, 이집트, 알제리, 잠비아, 케냐, 튀니지, 말라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었는데 사실 낯익은 나라들은 아니다.

 

온라인으로 영화제 상영작을 감상하다가, 새삼 ‘내가 본 아프리카 영화가 또 있던가?’란 생각이 들었다. 유명 감독이 참여한 프랑스 옴니버스 영화에서 단편을 몇 번 본 게 전부인 듯하다. 그런 식으로 부르키나파소와 이집트 감독이 만든 영화를 봤지만, 엄밀하게는 프랑스 영화를 본 것이긴 하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12편의 영화 중에는 장편도 있었고, 단편도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시대극부터 판타지까지 장르도 다양했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초원, 야생동물, 사막 등의 스테레오타입은 버리게 된다. 거대한 대륙에 여러 나라, 민족이 장대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곳이니,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이야기와 모습이 등장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가 간접적으로 접한, 유럽인의 시선에서 그려진 아프리카와는 다른 모습인 게 당연하다.

 

우리도 여러 나라에서 한국영화제를 개최하며, 한국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영화가 주류 영화는 아니니, 한국영화를 소개하며 한국이라는 나라, 문화 등을 소개하는 다양한 노력이 지속 중이다. 매년 개최되는 아프리카영화제도 그런 노력이라 하겠다. 그밖에 아랍영화제 등도 매년 열리고 있다. 2022년 제11회 아랍영화제는 22개 나라의 영화를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상영했다.

 

가끔 낯선 영화를 보는 경험은 꽤 즐겁다. 미처 몰랐던 지식과 교양도 쌓는 즐거움도 있고, 어쩌면 또 한 편의 인생 영화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온라인으로도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이니, 무슨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될 때, 낯선 나라의 영화 보기를 추천한다. 혹시 영화제가 개최 중은 아닌지 검색해 보는 것도 좋겠다. 여러번의 다채로운 영화 감상 생활을 응원한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