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삐쩍 말라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던 사자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지내게 됐다.
16일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 관계자가 늙은 사자를 사육하는 김해 부경동물원을 찾아 사자 상태를 살피고, 이관 방법을 논의했다.
김해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좋은 환경에서 마지막 생을 살도록 청주동물원에 사자를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자를 살펴본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수의사)은 “나이에 비해 건강 상태는 괜찮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 사자는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는데 사자 나이로 20살이지만, 인간 나이로는 100살에 가깝다고 했다.
김 팀장은 “나이가 있어서 관절에 퇴행성 질환이 있어 보이지만, 크게 아픈 곳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며 “청주동물원으로 데려가 정밀 검진을 해 내과 질환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자는 원래 무리생활을 하는데 청주동물원에 12살, 20살을 바라보는 사자가 있다. 새 환경에 적응하면 사회적 무리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청주동물원은 에어컨이 달린 무진동 차량에 사자를 태워 청주로 옮길 예정으로 김 팀장은 “지금같이 더운 날씨에 사자를 그냥 차에 태워 옮기면 죽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 주쯤 케이지를 부경동물원으로 가져와 가급적 마취총 사용을 자제하고 케이지에 익숙해진 사자가 스스로 케이지에 들어가게 하는 방법으로 이송 차량에 옮길 계획이다.
청주동물원은 사자 외에 뒷다리를 심하게 저는 말 한 마리도 함께 데려가기로 했다.
청주동물원은 청주시가 운영하는 시립동물원으로 이 동물원에는 야생동물 구조센터가 있다. 이 곳에선 영구장애가 있는 동물을 데려와 치료해 주고 남은 생을 보내게 하거나 인도적 안락사를 시킨다.
앞서 김해시에 있는 민간동물원으로 2013년 문을 연 부경동물원은 최근 사육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삐쩍 마른 채 좁은 우리에서 홀로 있는 사자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이에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시설이 오래되고, 코로나19로 최근까지 방문객이 급감해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지만, 굶긴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