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8일 전국 최초로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기 마스크 착용, 부모의 우울증,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우리 아이들의 뇌 발달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가 이를 조기에 발견해 개선해 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제 끝나고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완전히 이 질병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는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유행 동안 성인들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현저히 증가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바로 어린아이들의 발달 문제다. 인간의 두뇌는 발달이 가장 민감한 시기로 알려진, 출생 후 세 돌까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뇌 구조와 기능이 빠르게 변하며 성장한다. 하지만 건강한 아이라도 이 ‘발달 민감기’에 정서적 교감, 적절한 자극, 안전한 환경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으면 정서 조절과 의사 소통에 필요한 신경회로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영유아기에 심각한 방임을 경험한 아이들은 언어적 지능, 정서 조절 능력, 공감 능력, 사회 인지 능력이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심지어 학령기 이전에 교정되지 않으면 일부 기능은 손상된 상태로 자란다고 한다. 이렇듯, 영유아의 발달 문제는 아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문제 행동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손을 쓰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서울시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건강학회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 500명을 대상으로 발달과 정신건강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33%가 언어나 인지 등 발달에 어려움이 있어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과학잡지 네이처는 미국, 영국 등 전 세계에서 진행한 발달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아이들의 언어, 행동, 인지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 아이의 발달 문제가 염려돼도 대도시의 소아정신과 병원은 예약이 밀려 수개월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대학병원은 수년씩 예약이 밀린 게 현실이다.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는 조기 개입을 통해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18∼30개월 영유아의 언어, 사회성, 인지 발달을 검사하고, 문제를 겪는 아이와 부모에게 맞춤형 지원과 상담을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전에도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소규모로 발달검사를 실시한 적은 있지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평가를 통해 발달 지연이나 문제를 가진 아이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조기에 개입해 치료까지 연계하는 기관은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가 유일하다. 개소에 앞서 서울시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발달검사 수요 조사를 한 결과 2만여명이 발달검사를 희망해 부모와 보육 현장의 기대감은 매우 큰 상황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고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각 가정의 책임으로 한정 짓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가 지지하고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가 내디딘 의미 있는 첫걸음을 계기로 아이들의 발달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단기적인 목표가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