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지난해 5월 경기 화성시의 한 다가구주택.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2개 팀 직원이 건물 내 복도와 외부 주차장 차량에서 잠복을 벌인 지 꼬박 하루가 넘어가고 있었다. 3개월 넘게 뒤쫓던 마약사범이 이곳 3층에 거주 중인 사실을 앞서 확인했고, 그의 동선을 따라가 본 결과 마지막으로 여기서 멈췄다. 그렇게 몸을 숨긴 채 기다림에 지쳐 가던 오후 6시쯤 20대 태국인 남녀 2명이 특정 호실에서 나왔다. 경찰관들은 방문이 닫힌 직후 이들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횡설수설하던 중 끈질긴 추궁 끝에 “마약을 했다”고 결국 실토했다.
19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으로 위장한 마약을 몰래 들여와 팔거나 투약한 태국인들이 이달 초 무더기 검거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로 40대 밀수 총책과 국내 판매책 등 49명을 구속하고 투약자 등 3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총책을 비롯한 82명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합성마약 야바 1970정을 밀수입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야바는 태국에서 ‘말처럼 힘이 솟는 약’으로도 불린다.
이들이 보관하던 압수품은 캡슐 내부에 은박 호일로 5정씩 담겼고, 이를 다시 비닐이나 특정 제품의 포장재로 감쪽같이 숨겼다. 현지에서 1정당 1000원 수준에 거래되지만 국내로 들여오며 10배 오르고, 매수자들에게는 최초의 50배인 3만∼5만원 수준까지 치솟는다. 야바는 필로폰과 카페인 성분 등을 혼합해 알약 형태로 만든다. 직접 섭취하거나 타지 않는 은박지 위에 올려놓고 그 밑을 가열해 발생되는 연기를 흡입한다.이번에 태국인 남녀가 노크를 하고 다시 들어간 원룸에도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연기가 자욱했다고 한다. 마약을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셈이다.
현장에서는 같은 국적의 중간 유통책을 추가로 긴급체포했고, 별도로 소변과 모발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구속 상태로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경찰은 수사 범위를 점차 확대해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인천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 관계자는 “외국인 마약류 사범의 첩보 수집 및 단속을 한층 강화해 확산 방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