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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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어우러진 전통… 특유의 삶과 문화로 빚어지다 [박윤정의 씬 짜오 베트남]

사파 시내서 멀지 않은 유명 관광지 깟깟
20세기 초 프랑스인들이 휴양지로 개발
숲·산악 지형으로 이뤄져 트레킹의 천국
폭포·신비로운 원시림 풍경 탄성 자아내
몽족 80가구로 이뤄진 마을엔 상점 즐비
식품·전통 공예품 등 둘러보는 재미도 커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젖힌다. 창을 여니 서늘한 기운과 함께 안개가 방 안으로 스며든다. 온몸을 누르는 고통이 창밖 넘어 보이지 않는,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의 존재를 되새겨준다. 시계를 보니 아침이다. 커피 한잔을 들고 발코니로 나간다. 호텔 주변 풍경을 이루는 산들이 안개에 묻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아직도 산 어디인지, 하늘 아래 어디인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하다.

아침을 간단히 하고 깟깟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다. 욱신거리는 다리를 풀기 위해 가벼운 트레킹이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서이지만, 깟깟은 사파 시내에서 멀지 않은 유명 관광지이다. 약 2km 거리에 있는 매력적인 이 마을은 19세기 중반 몽족에 의해 생겼지만 20세기 초 프랑스인들에 의해 휴양지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마을 폭포에서 유래된 명칭 깟깟 마을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몽족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 남아 있어 관광객이 모여든다. 다랑이논 외에도 전통 공예품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하여 기대감을 안고 호텔을 나선다.

깟깟 마을 풍경

호텔이 있는 사파는 숲과 산악 지형으로 유명한 지역이라 자연 애호가들에게는 꿈같은 트레킹 천국이다. 깟깟 마을 외에도 다양한 트레킹 경로를 경험하기 위한 사람들이 거리를 오간다. 등산복 차림으로 걷는 사람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그리고 관광객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현지 주민들의 전통적인 삶을 함께 나눈다. 현지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가이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주변 자연경관을 탐험하고 산책하면서 현지인 설명을 듣는다면 이해 폭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교통질서 없는 차량을 비켜서 오토바이 소음을 벗어나니 캇캇 마을이다. 도시 소음과 분주함이 사라진 것을 보니 고요한 자연 세상으로 들어서나 보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트레킹 경로는 다양한 난이도와 길이가 있다고 한다. 맑은 시냇물로 이루어진 작은 폭포, 원시림의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환상적인 전망을 제공하는 산 정상까지 구성된다고 한다. 캇캇 마을 트레킹은 자연과 깊은 연결보다 베트남 문화와 역사를 탐색하는 기회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을 중심으로 가벼운 산책을 떠나자 부탁한다. 이번 트레킹으로 굳이 체력과 모험정신을 시험하고 싶지는 않다. 숲속에서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 속삭임을 듣는 트레킹은 판시판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하니 가이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엄살떠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나 보다.

깟깟은 마을 중앙 돌길을 따라 위치한 몽족 80여 가구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 입구부터 상점들이다. 아름다운 전통 복장에 시선이 머문다.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호객행위다. 관광객들에게 옷을 빌려주기도 하고 현지 주민들이 전통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 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와 상품화가 짙어 순간 당황했다. 이런 변화는 관광산업의 성장으로 현지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이기도 하지만 늘 어색하다.

깟깟 마을에 전시돼 있는 전통 복장. 사파 시내에서 약 2km 거리에 있는 매력적인 이 마을은 19세기 중반 몽족에 의해 생겼지만 20세기 초 프랑스인들에 의해 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순간 실망감이 들었지만, 깟깟 마을 트레킹은 여전히 아름다운 경치와 자연의 신비, 현지 주민들의 따뜻한 웃음이 뒤따랐다. 돌담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동안, 산과 강, 숲과 들판 사이를 헤매며 자연과 가까워진다. 물건을 팔기 위해 말을 건네는 현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베트남 문화를 엿본다. 상업화와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증가는 현지 모습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문화와 자연과 따뜻한 환대는 남아 있다. 주민들은 주변에서 생산하는 식품과 공예품을 판매하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그들의 전통적인 삶을 보여준다. 가이드는 설명을 곁들이며 거래 흥정을 도와주기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 나눈다.

깟깟 마을 트레킹을 즐기는 관광객들.

유난히도 어리고 젊은 신부가 많은 이유를 물으니 가이드는 독특한 전통 관습을 설명해 준다. 문화적 충격을 폭포(Cat Cat Fall) 소리에 흘려보낸다. 산(Hoang Lien Son)에서 흐른 물이 세 개의 개울을 거쳐 쏟아지는 폭포는 마치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환영 노래를 건네는 듯 울려 퍼진다. 폭포 옆에서 사진을 담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거대한 물레방아도 한 장 담아 본다. 쌀을 찧기 위해 대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물레방아는 본연의 목적보다 관광객 사진 촬영을 위한 흥미로운 장소가 된 듯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현지인 집들은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바뀌어 있고 산비탈에 기대어 있는 몽(Mong) 사람들의 집만이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 쌀농사 외에 보존하고 있는 직조, 뜨개질, 은세공, 농기구 같은 전통 공예품들과 수공예품을 둘러본다. 몇 가지 정성스레 손길이 닿은 기념품을 사고 깟깟 마을의 추억을 쌓는다.

깟깟 마을 주민들. 깟깟은 마을 중앙 돌길을 따라 위치한 몽족 80여가구 주민 대부분은 주변에서 생산하는 식품과 공예품을 판매하며 생활한다.

현지 음식을 맛보거나 지역 특산품을 사는 것은 또 다른 여행의 재미이지만 마을 상점에서 건넨 버펄로 육포를 사 가기에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고기를 입에 넣어 보고 경험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옥수수 포도주는 이 마을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특별한 것이라고 하지만 역시, 한 모금으로 만족한다. 깟깟 마을 트레킹은 관광객을 위한 경로이지만, 현지 주민들의 전통적인 삶과 문화를 경험하며 색다른 현지 모습을 체험한다.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문화를 갖고 있고 상업화와 관광화로 인해 현지 모습이 변해가고 있더라도 매력적인 곳이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